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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이슈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안희정 이어 박원순 보좌관… '기구한 운명'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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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고 박원순 서울시장/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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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두 명의 대선 후보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한 별정직 공무원의 ‘기구한 운명’이 정치권에서 회자되고 있다.

안 전 지사와 박 시장의 대외 메시지를 담당했던 장훈(50) 전 서울시 소통전략실장이다. 공교롭게도 장 전 실장은 대권을 바라보던 안 전 지사와 박 시장을 모두 성(性) 추문으로 떠나보냈다. 장 전 실장은 이달 들어서만 일주일 간격으로 안 전 지사의 모친상을 치른 뒤 박 시장 본인상을 치렀다. 정치권에서는 “자신이 모시던 두 명의 대선 후보를 모두 성 관련 사고로 떠나보내고 본인 역시 임면권자와 운명을 같이한 보기 드문 케이스”란 반응이다.

2018년 3월 안 전 지사가 비서 김지은씨의 성폭행 폭로 방송 다음 날 사퇴하자 함께 사표를 냈던 장 전 실장은, 박 시장 사망 하루 뒤인 지난 10일 서울시 별정직 공무원 신분에서 자동 면직됐다. 별정직 공무원의 임기는 지방공무원법 면직 규정에 따라 임면권자 임기와 동일하기 때문이다. 장 전 실장은 본인 의사와는 무관하게 2년 전에는 성폭행 폭로가 터진 안 전 지사가 사퇴하자 함께 사표를 냈고, 이번에는 비서의 성추행 고소 하루 뒤 박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되자 다음 날 서울시로부터 퇴직 통보를 받은 셈이다. 장 전 실장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박 시장님 상중(喪中)에 퇴직 통보를 받았다”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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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이어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 관련 사고로 떠나보낸 장훈 전 서울시 소통전략실장이 박 시장 사망 이후 서울시로부터 퇴직 통보를 받고 페이스북에 올린 글/페이스북


장 전 실장은 2002년 당시 노무현 대선후보 캠프에서 연설 비서로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뒤 노무현 정부 청와대의 연설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안 전 지사와는 2010년부터 충청남도 메시지 팀장, 미디어센터장 등을 맡으며 인연을 맺었고 2017년 5월 대선을 앞두고는 안희정 대선캠프의 공보 역할을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안 전 지사 대통령 만들기에 올인했던 핵심 측근 중의 한 명”이라고 했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안 전 지사가 문재인 후보에게 패한 뒤 장 전 실장은 2022년 차기 대선을 목표로 뛰었지만, 2018년 김지은씨의 ‘미투’ 폭로가 터지면서 ‘안희정 사단’은 공중 분해됐다. 장 전 실장 역시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였던 안 전 지사가 하루 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지사의 구속 5개월 뒤인 2018년 8월, 친문(親文) 박남춘 인천시장 밑에서 인천시 브랜드담당관, 미디어담당관을 하던 장 전 실장은 지난 4월 말 차기 대권 도전을 노리던 박 시장에 의해 서울시 소통전략실장으로 임명됐다. 당시 정가에서는 “박 시장이 대선 전열을 정비하면서 노 전 대통령의 필사를 영입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영입 이후 서울시청에 출근한 지 석 달도 안 된 시점에서 박 시장이 성추행 의혹을 뒤로 하고 사망했다.

장 전 실장은 박 시장 사망 뒤 야권에서 성추행 의혹이 터져나오자 페이스북에 “어떤 죽음이라도 죽음 앞에 머리 숙이지 못하는 사람은 사람의 도리를 잊고 사는 금수일 뿐”이라며 “그런 이들을 또 목도한다. 제발 고인을 욕되게 하지마라”고 썼다. 현재 이 글은 삭제된 상태다.

장 전 실장 지인들은 “안 전 지사 모친상에 이어 박 시장 본인상까지 상심이 클 듯하다” “모시는 분 잃은 것도 힘들텐데 고생했다” 등의 댓글을 달며 그를 위로하고 있다. 시청 관계자는 “장 전 실장 역시 출근 석 달 만에 박 시장에게 이런 일이 생겨 굉장히 당혹스러워 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박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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