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경. 제공 | KLPGA |
[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코스 밖에서는 ‘절친’이에요.”
박현경(20)과 임희정(20)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2000년생 단짝이다. “가장 친한 선수 중 한 명”이라고 서로를 소개할 정도다. 그러나 코스 안에서 자비는 없다. 13일 막 내린 KLPGA 아이에스동서 부산오픈(총상금 10억 원)은 이를 잘 보여준 무대였다. 대회 장소인 부산 기장군 스톤게이트 컨트리클럽(파72·6388야드)엔 일정 내내 비가 오갔는데, 결국 3라운드 취소 결정이 나 우승자를 가리기 위한 끝장 승부가 펼쳐졌다. 16번홀부터 18번홀까지 3개 홀에서 우선 승부를 가렸는데, 둘은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2라운드 공동 선두(13언더파 141타)였던 둘은 18번홀에서 연장 승부에 돌입했다. 희비는 2차 연장에서 갈렸다. 135m를 남겼던 박현경은 두 번째 샷으로 1m까지 붙였는데, 115m 거리에 있던 임희정의 샷은 12m 멀리 떨어졌다. 더 침착했던 박현경의 퍼트가 홀컵으로 빨려 들어가며 90분여의 우중 혈투는 끝났다.
밀레니엄 키즈가 만든 라이벌 관계는 아마추어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로에 입회한 건 나란히 2018년이었는데, 박현경(2월)이 임희정(10월)보다 약 8개월 빨랐다. 본격 우승 레이스를 달리던 이듬해부터는 인연이 더 얄궂게 됐다. 챔피언조에서 맞대결을 펼친 게 2차례였는데, 우승의 기쁨을 맛본 건 임희정이 먼저였다. 2019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과 2019 KB금융 스타챔피언십 모두 임희정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박현경은 공동 4위, 단독 8위로 마무리하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제공 | KLPGA |
그러나 올 시즌은 정반대다. 마찬가지로 챔피언조에서 두 차례 함께했는데 이번 대회까지 모두 박현경이 웃었다. 지난 5월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이자 국내 개막전이었던 KLPGA 챔피언십부터 설욕의 시작이었다. 박현경이 막판 역전극을 펼치며 17언더파 271타로 정상에 등극했고, 3라운드까지 3타 차 1위였던 임희정은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2개월 후 아이에스동서 부산오픈 초대 챔피언이 된 박현경은 시즌 2승에 선착한 유일한 선수가 됐다. 우승 상금 2억원을 추가하며 상금 랭킹에서도 1위(4억 5076만원)로 올라섰다. 반면 임희정은 2회 연속 눈앞에서 우승을 놓쳤다.
영광의 주인공이 된 박현경은 “공교롭게 우승 경쟁을 할 때 항상 희정이가 있었다. 조금 더 동기부여 되는 면도 있다”고 필드 위 경쟁 관계를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대회가 끝난 후 미안한 마음도 있었는데, 희정이가 축하한다고 말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정말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며 제 곁의 친구를 챙겼다. 이로써 통산 전적은 2승2패다. KLPGA 새 라이벌의 진짜 레이스는 이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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