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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박원순 떠난 자리, 진실 규명 무거운 숙제 떠안은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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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장례위 "재고해달라" 요청했지만
고소인 측 예고했던 기자회견 그대로 강행
"진실규명" 목청에 서울시 "조사 여부 검토"
한국일보

유족들이 13일 오후 박원순 전 시장의 영정과 유골함 들고 장지로 이동하고 있다. 박용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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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영면에 들어갔지만 우리 사회에는 무거운 숙제가 남겨졌다. 당장 장례기간 서울특별시장(葬)을 둘러싼 찬반 논란에 이어 성추행 관련 진실 규명 목소리가 커지면서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의 영결식이 엄수된 13일은 혼돈의 하루였다. 그의 죽음에 숨죽였던 진실 규명의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터져 나오면서 성추행을 둘러싼 고소인 측과 박 시장 측은 각을 세웠다.

장례 마지막 날, 혼돈의 하루
먼저 박 시장 영결식 후 박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 비서 A씨의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열겠다는 소식이 보도됐다. 장례기간 숨죽여 오며 2차 피해까지 감당하던 A씨 측이 ‘진실 규명’을 촉구하며 목소리를 내겠다는 신호였다.

그러자 박원순 서울시장 장례위원회는 “고인과 관련된 오늘 기자회견을 재고해주시길 간곡히 호소드린다”며 즉각 제동을 걸고 나섰다. 장례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박 시장 성추행 의혹 관련 기자회견이 열릴 경우 유족 등이 받을 심리적 부담을 고려한 것이다. 장례위는 “유족들은 한 줌 재로 돌아온 고인의 유골을 안고 고향 선산으로 향하고 있다”며 “부디 생이별의 고통을 겪고 있는 유족들이 온전히 눈물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해달라”며 예정된 기자회견 재고를 요청했다.

여성단체와 A씨 측은 예정대로 기자회견을 강행했다. A씨 변호를 맡은 김재련 변호사는 A씨 상담과 박 시장 고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등을 언론에 설명했다. 그는 “위력에 의한 성추행이 4년간 지속됐다”며 “제대로 된 수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애도가 성찰을 배제하지 않아”
백낙청 장례위원장은 이날 오전 박 시장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통해 “애도가 성찰을 배제하지는 않지만, 성찰은 무엇보다 자기 성찰로 시작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는 또 “당신은 우리에게 새로운 일감과 공부거리 주고 떠났다”, “이미 당신의 죽음 자체가 많은 성찰을 낳고 있다”라고도 했다.

이를 박 시장이 성추행에 연루된 점과 연관 지어 진실 규명을 촉구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윤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추모와 애도 기간이 끝난 만큼 서울시의 성폭력 피해 전수조사와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날도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서울시는 지난 10일 “박 시장 성추행 피소 관련 조사 계획이 없다”고 한 뒤 아직 추가로 구체적인 구상을 밝히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인권기본조례에 규정된 인권침해구제위원회 조사 범위에 따르면 경찰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거나 종결된 사항은 기각 사유에 해당된다”며 “규정상 조사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기각 사유에 해당하는 사건이 신청 접수돼 진행된 전례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지는 요청에 서울시는 이날 오후 늦게 “조사를 진행할지 말지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시민과 네티즌 사이에서는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져 가고 있다. 여성단체들도 “죽음으로 모든 진실을 다 덮거나 은폐할 수 없다”며 근본적인 해결 촉구에 목소리를 높였다. 죽음은 산 자들에 의해 재해석되는 만큼, 진상을 꼭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서울시가 외부 전문기관이나 전문가가 참여하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진실이 규명돼야 한다”며 “지자체장 등 선출직 공무원이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저질렀을 경우에는 시민으로부터 위임 받은 권력을 남용했기 때문에 가중처벌하는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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