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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박원순 고소인 "법정서 울부짖고 싶었다…사과받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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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사망 후폭풍 ◆

매일경제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 취재진이 대거 몰려 발표를 듣고 있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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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2시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 앞은 비 오는 궂은 날씨에도 취재진 100여 명이 모여 길게 줄을 늘어선 모습이었다.

고소인 A씨를 대리해 취재진 앞에 선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와 여성단체 대표들은 '그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란 문구가 쓰인 현수막을 배경으로 굳은 표정을 한 채 착석했다. 이 문구는 A씨가 "더 좋은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는 말에 이어 밝힌 고소 이유 중 일부였다.

A씨 측이 밝힌 피해 내용은 그간 세간에 알려졌던 내용과 유사했다. A씨 측이 밝힌 범죄 사실 개요에 따르면 A씨는 비서직을 수행하는 4년의 기간을 포함해 다른 부서로 발령 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성희롱·성추행을 당했다. A씨 측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집무실에서 '즐겁게 일하기 위해 둘이 셀카를 찍자'며 셀카를 촬영할 때 신체적으로 밀착했다고 주장했다. 또 A씨 무릎의 멍을 보고 '호 해주겠다'며 무릎에 입술을 접촉하고, 집무실 내실로 불러서는 안아달라며 신체적 접촉을 했다고 밝혔다.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으로 초대해 A씨에게 음란한 문자와 속옷만 입은 사진을 전송하는 등 지속적인 성적 괴롭힘이 있었다고 했다.

이들은 박 시장이 A씨를 심야에 텔레그램 비밀대화에 초대한 사진도 공개했다. 사진 속 대화방 상단에는 '시장님'이란 이름과 박 시장 사진이 있었고, '시장님 님이 나를 비밀대화에 초대했습니다'란 안내 문구가 떠 있었다. 김 변호사는 "(박 시장이) 텔레그램으로 보낸 문자나 사진은 피해자가 친구들이나 평소 알고 지내던 기자에게 보여준 적도 있다"며 "동료 공무원도 전송받은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이런 성적 괴롭힘에 피해자는 부서를 옮겨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도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시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라며 시장의 단순 실수로 받아들이라고 하거나, 비서의 업무를 시장 심기를 보좌하는 역할이나 노동으로 일컫거나, 피해를 사소화하는 등의 반응이 이어져 더 이상 피해가 있다는 말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A씨가 곧바로 고소하지 못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이 소장은 이어 "인구 1000만명의 대도시인 서울시 시장이 갖는 엄청난 위력 속에서 어떤 거부나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는 전형적인 위력 성폭력의 특성을 그대로 보였다"며 "고소 당일 피고소인(박 시장)에게 모종의 경로로 수사 상황이 전달됐고, 피고소인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피해자는 온·오프라인에서 2차 피해를 겪는 등 고통을 겪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박 시장은 미투운동,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건 가까이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위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안이 누구보다 자신에게 해당한다는 점을 깨닫고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멈추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죽음을 선택한 것이 피해자에 대한 사죄의 뜻이기도 했다면, 어떤 형태로라도 피해자에게 성폭력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진다는 뜻을 전해야 한다. 그럼에도 '모두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을 뿐인데 피해자는 이미 사과받은 것이며 책임은 종결된 것 아니냐는 일방적인 해석이 피해자에게 엄청난 심리적 압박으로 가해지고 있다"고 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박 시장 장례위원회의 재고 요청에도 불구하고 열렸다. 앞서 장례위는 "생이별의 고통을 겪고 있는 유족이 온전히 눈물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고인과 관련된 금일 기자회견을 재고해주시길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피의자 등이 사망해도 형사처벌 여부와는 별개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일각에선 이번 박 시장 사건을 계기로 공소권 없음 처분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은 성명을 통해 "고인 죽음의 원인이 됐을 것으로 보이는 여비서 성추행 혐의가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된 사실, 그리고 고소인에 대한 공격성 비난 등을 놓고 남은 자들이 성찰해야 할 반성과 미완의 과제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자살로 모든 것을 덮는 악순환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차창희 기자 /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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