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은 기자(pi@pressian.com)]
"이 사건이 형사사법절차상 수사재판을 거쳐서 가해자가 재판을 받고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가게 지원하고자했다. 그러나 고소사실이 피고소인(박원순 시장)에게 모종의 경로로 전달되었고 피고소인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피해자에게 2차가해가 이어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가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13일 피해자의 법률대리인과 지원단체 등은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렵게 용기를 낸 피해자의 목소리가 헛되이 되지 않도록 진실이 밝혀져야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피해자는 나오지 않았으며 피해자를 대리하고 있는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가 참석했다.
피해자를 지원하는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이 사건은 고소와 동시에 피고소인에게 수사상황이 전달됐다.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증거인멸의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라며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고소 사실이 알려진 경위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피해자 측이 박 시장 측에 고소사실에 관해 어떠한 언지를 주지도 않았다는 점을 덧붙였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피해자는 7월 8일 오후 4시 30분경에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했으며 그 직후부터 그 다음날 7월 9일 오전 2시 30분까지 1차 진술조사를 마쳤다. 그리고 모종의 경로를 통해 고소 사실이 박 시장에게 전달됐고 7월 9일 오후 박 시장이 실종됐다는 보도가 시작됐다.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전형적인 권력형 성폭력 사건"이라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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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든 자리에 '호 해주겠다'며 입술 접촉 등...속옷 사진 전송하기도"
김 변호사가 밝힌 고소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은 △성폭력특례법 위반(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형법상 강제추행이다.
김 변호사는 "지난 5월 12일 피해자가 처음 상담을 하고 5월 26일 2차 상담을 통해 구체적인 피해 내용에 대해 상세히 들었다"며 "저희 사무실에서는 2차 상담이 끝난 뒤 바로 법률검토에 들어갔다"고 경과를 보고했다.
김 변호사는 성추행 증거에 대해 "피해자가 사용했던 휴대폰을 경찰에 임의제출하기 전 사적으로 포렌식했다"며 "그 포렌식을 통해 나온 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한 상태"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박 시장은 피해자에게 '즐겁게 일하자'며 셀카를 권하며 집무실에서 셀카를 촬영하곤 했다. 촬영하면서 신체적 밀착이 이뤄졌다. 박 시장은 또 피해자의 무릎 멍을 보고 '호 해주겠다'며 피해자 무릎에 입술을 접촉했다. 또 집무실 안에 있는 내실, 즉 침실로 피해자를 불러 '안아달라'며 신체접촉을 요구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 피해자를 초대해 음란한 문자 메시지를 전송하거나 속옷만 입은 사진을 전송하는 등 피해자를 성적으로 괴롭혔다.
이런 성적 괴롭힘은 피해자가 비서직을 그만둔 후에도 이어졌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박 시장은 피해자가 부서이동을 해 비서직을 그만둔 이후인 지난 2월 6일에도 텔레그램 비밀방에 초대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증거 사진을 들어 보이며 "2020년 2월 6일은 비서로 근무하지 않고 다른 부서에서 전보발령 근무하던 때"라며 "비서실에 근무하지도 않는 피해자에게 비밀대화를 요구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증인도 상당수 있다고 밝혔다. "밤 늦은 시간 사적으로 부적절한 텔레그램 문자, 사진을 보낸 부분은 피해자가 비서로 근무하는 동안 친구들에게 이런 문자나 사진을 보여주며 괴로움을 토로한 적이 있다"며 "늦은 시간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이런 문자가 오기도 해 그 자리에서 함께 문자를 본 친구도 있다"고 했다.
또 "피해자는 평소 알고 지내던 기자에게 이를 보여준 적도 있다"며 "피해자에게 보낸 사진을 함께 본 동료 공무원도 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는 박 시장으로부터의 성적 괴롭힘을 호소하며 부서를 옮겨달라고 요청하며 이를 언급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가 증거물을 들어보이고 있다. 피해자는 박 시장으로부터 비서직을 그만둔 이후인 지난 2월에도 새벽에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에 초대받는 등 '성적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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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2차가해 멈춰라"...곳곳에서 연대의 목소리 이어져
이어 김 변호사는 "온·오프라인 상으로 가해지고 있는 2차 가해행위에 대해 추가 고소장을 서울지방경찰청에 접수했다"며 2차 가해에 엄중히 대처할 것을 밝혔다. 박 시장 사망 이후 일부 극성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피해자 신상털이 등이 일어나고 있다.
반면 연대의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박원순_시장을_고발한_피해자와_연대합니다', '#박원순시장의서울시5일장을반대합니다' 등의 해시태그 운동이 일어났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민우회 등 시민단체도 지난 10일 성명을 통해 피해자와 연대할 뜻을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피해자를 향한 연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피해자와 연대하겠다"며 박 시장 조문을 가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이는 전형적인 권력과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라며 "피해자는 처음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시장이 그럴 사람이 아니다', '단순히 실수한 거다'는 등의 반응으로 제대로 말을 할 수조차 없었다"고 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도 "피고인이 망인이 됐지만 결코 진상규명 없이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며 "피해자에 대한 비난이 난무하는 현 상황에서 사건의 실체를 정확히 밝히는 것은 피해자의 인권회복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장례기간 중이라 기다렸고 오늘 발인을 마치고나서 오후에 기자회견을 열었다"며 "고인에 대한 최대한의 예우를 했다고 이해해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박원순 시장 장례위원회 측은 기자회견 직전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고인과 관련된 금일 기자회견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조성은 기자(p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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