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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故박원순 시장 성추행 의혹

박원순 성추행 고소 피해자 측 "진상규명 없이 넘어갈 사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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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 법률대리인과 여성단체가 13일 “이 사건은 결코 진상규명 없이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향신문

13일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장에서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고소한 피해자 측의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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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등은 이날 서울시 은평구 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건은 전형적인 직장내 성추행 사건임에도 피고소인이 망인이 되어 ‘공소권 없음’으로 형사고소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면서 “그러나 이 사건은 결코 진상규명 없이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본 사건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위력에 의한 비서 성추행 사건으로 4년간 지속됐다”며 “피해자는 오랜 고민끝에 지난 8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박 시장을) 고소했다”고 했다.

■“전형적인 위력 성폭력”…서울시 보호조치 문제제기

이 소장은 “서울시장이 갖는 엄청난 위력 속에서 어떠한 거부나 문제제기를 할 수 없는 전형적인 위력 성폭력”으로 사건을 규정했다.

피해자가 고소 전 서울시에 문제제기를 했으나 제대로 된 보호조치를 받지 못했다고도 했다. 이 소장은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시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라며 시장의 단순 실수로 받아들이라고 하거나 비서의 업무를 시장의 심기를 보좌하는 역할이자 노동으로 일컫거나 피해를 사소화하는 등 반응이 이어져 더이상 피해가 있다고 말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피해자는 부서변경을 요청했으나 시장이 이를 승인하지 않는 한 불가능했다”고 했다.

이 소장은 이어 “(박 전 시장은) 미투운동, 안희전 전 충남도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건에 대해 가까이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위치였음에도 그 사안이 자신에게 해당된다는 점을 깨닫고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멈추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피해자가 제대로 된 사과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박 전 시장이 유서 첫머리에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고 남긴 것을 두고 “피해자는 이미 사과받은 것이며 책임은 종결된 것 아니냐는 일방적 해석이 피해자에게 엄청난 심리적 압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4년 이상, 성적으로 괴롭혀 와”

피해자 법률대리를 맡은 김재련 변호사는 이날 회견에서 성추행부터 고소에 이르기까지 경과를 밝혔다. ㄱ씨 측이 직접 공개된 자리에서 구체적 피해사실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김 변호사는 성추행 피해가 “(피해자가 비서실에서 근무한) 4년 기간 그리고 다른 부서 발령 이후에도 지속됐다”면서 “범행 발생장소는 시장 집무실, 집무실 내 침실 등이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집무실 안에 있는 내실 침실로 불러 안아달라며 신체를 접촉하고,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을 통해 음란 문자 전송, 속옷 입은 사진 전송 등으로 피해자를 성적으로 괴롭혀왔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날 ‘시장님이 나를 비밀 대화에 초대했습니다’라고 뜬 피해자의 텔레그램 창 캡쳐 사진을 공개했다. 피해자가 이미 다른 부서에 근무하고 있던 지난 2월 박 전 시장이 비밀대화를 요청한 기록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지난 5월 두 차례 ㄱ씨를 상담하고 법률을 검토한 뒤, 지난 8일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말했다. 성폭력특례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형법상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고소인이 사용했던 휴대전화를 경찰에 임의제출했고 그 전에 사적으로 포렌식을 진행했다”며 텔레그램 포렌식 결과물 등을 증거로 수사기관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경찰 입장 밝히고, 서울시 조사단 꾸려야…“피해자 호소 외면해선 안돼”

고미경 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피해자는 고소 과정으로 본 사건이 정의롭게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용기를 내어 고소하였으나 피고소인이 부재한 상황이 됐다”며 “피고소인이 부재한 상황이라고 해서 사건의 실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경찰과 서울시 등에는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고 상임대표는 “현재 경찰에서는 일부 참고인 조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까지의 조사내용을 토대로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서울시는 피해자가 성추행을 입은 직장인만큼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게 제대로 된 조사단을 구성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 정당은 인간이길 원했던 피해자 호소를 외면해선 안된다”고 했다.

단체들은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갈 때까지 2차가해를 막기 위한 지원활동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단체들은 다음주 중 사건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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