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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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性) 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주문하고, 피해 여성에 대한 보호를 일관되게 주장해 왔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미투’ 운동을 촉발한 서지현 검사 등이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것과 관련, 법조계에서는 “성범죄 기준도 진영 논리에 따라 그때그때 다른 것이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추 장관은 여권의 총선 압승 이틀 뒤인 지난 4월 17일 ‘성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보도자료를 내고 “(성 범죄에 대해) 중형을 선고받도록 함으로써 ‘한번 걸리면 끝장’이라는 인식이 자리잡도록 하겠다”고 밝혔었다.
추 장관은 이를 위해 성 범죄를 모의만 해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고, 미성년자에 대한 강간 연령을 현행 13세 미만에서 16세 미만으로 상향해 처벌 기준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추 장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되돌아보면 김학의 사건, 장자연 사건 등 처리 과정에서 법 집행 기관이 제 식구를 감싸는 등 잘못된 처리를 해 여성을 성적 유희 대상으로 삼고 법은 강자의 편에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냈다”고 하기도 했다.
추 장관은 지난 5월 다크웹 ‘웰컴투비디오’에서 아동 음란물을 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손정우씨를 미국으로 송환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에서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내일의 (성)범죄자에게 용기를 주지 않겠다”고 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추 장관은 박원순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 여성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서지현 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이 지난 5월 한 여성잡지와 '성폭력에 맞서는 사람들'을 주제로 촬영한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린 모습/페이스북 |
‘미투’ 운동을 촉발했다고 평가받는 서지현 검사는 추 장관이 올해 검찰 인사에서 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으로 임명했다. 그간 우리 사회의 각종 성 범죄 사건에 대해서 활발하게 목소리를 내온 서 검사는 유독 박원순 시장 사건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서 검사는 작년 3월 가수 정준영씨의 성폭행 동영상 유출 사건과 관련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정준영 사건과 그에 대한 반응을 보며 한없는 슬픔이 밀려온다. 자연산(?) 공급을 위해 일반 여성들을 약먹여 성상납하고, (중략) 일반적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이 끔찍한 범죄에 분노하는 것이 당연할 줄 알았는데 ‘재수 없이 걸렸네’ (하는 반응)까지 들으니 정신이 혼미해진다”고 썼다.
그러면서 서 검사는 “진보란 무엇인가. 강자들이 힘으로 약자들을 억압하는 것을 끊어내자는 것 아닌가. 여성·약자는 국민에서 제외되는 것인가. 이건 페미니즘도 과격주의도 아니다. 그저 범죄자를 처벌하자는 거다. 이 나라를 뜨고만 싶다”고 썼다.
서 검사는 박 시장이 사망한 지난 9일 페이스북에 “판사님, 손정우가 슈퍼스타K라도 되나요”라는 제목의 자신 언론 인터뷰 기사를 링크했다. 손정우를 미국으로 송환하지 않기로 결정한 법원 판결에 대해 “손정우를 미국에 보내는 게 사법 정의를 세우는 일”이라며 비판하는 인터뷰 내용이었다.
서 검사는 지난 6월 한 여성 잡지에서 ‘성폭력에 맞서는 사람들’을 주제로 화보 촬영을 한 사진을 올려놓고는 “(성범죄) 피해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면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일일지라도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썼다. 서 검사 역시 박원순 시장 사건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인터넷에는 ‘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이라는 서 검사의 직책을 언급하며 그의 입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검찰 내 성폭력 문제에 대해서 활발하게 목소리를 내왔던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 역시 침묵하고 있다. 임 검사는 2015년 서울남부지검 내부의 검사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전직 검찰총장과 간부들을 사건 은폐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임 검사 스스로 “과거 부장검사에세 성추행을 당했다”며 ‘미투’ 폭로를 하기도 했었다.
임 검사는 지난 4월 자신이 고발한 전직 검찰총장 등에 대한 사건이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 되자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성폭력 가해자들을 형사처벌과 징계 없이 무사히 명예퇴직, 의원면직 시킨 것이 피해자들을 존중하는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검찰이) 대명천지에 하고 있다” “검사들의 성폭력 범죄를 덮어버린 후 성폭력 사범들을 무사히 퇴직시킨 건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검찰 구성원으로서, 고발인으로서 참담하다”고 썼다.
[박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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