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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삼성 이성곤이 말하는 ‘부활의 힘’…“아버지의 따끔한 한마디가 다시 저를 일으켜 세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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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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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올드스타전에서 MVP를 차지한 이순철과 아들 이성곤의 기념사진. 이순철 해설위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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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성곤이 지난달 사직 롯데전에서 적시타를 때린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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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가 좋아 시작했지만 가시밭길
“넌 프로에서 안타 칠 수준 안 돼”
레전드 독설에 마음 비우니 펄펄
데뷔 첫 연이틀 홈런포 꿈만 같아

표현 안 해도 아버지 기쁨 잘 알아
들뜨지 않고 1군서 오래 뛰고파

삼성 이성곤(28)은 지난달 27일 롯데전을 마치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꿈인가”라는 한마디를 올렸다.이날 4타수 3안타 1홈런 2타점으로 맹활약을 펼치면서 팀의 6-1 승리를 이끌었다. 전날 데뷔 후 첫 홈런을 친 데 이어 이날 2경기 연속 홈런 등으로 팀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꿈도 꿔보지 못했던 현실이 이성곤의 눈앞에 다가왔다. 이성곤은 지난 11일 현재 26경기에서 타율 0.367 3홈런 10타점 등으로 활약 중이다.

이성곤은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사실 지난해 시즌을 준비할 때만 해도 야구를 그만두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털어놨다. 2019시즌을 시작하기 전 뭔가 큰 벽이 있는 것 같은 답답함을 느꼈고 ‘내 능력은 여기까지인가 보다’라는 생각에 이런저런 고민이 컸다는 고백이었다.

그는 용기를 내서 아버지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에게 마음의 혼란스러움을 털어놨다. 야구에 관한 한 ‘직설’과 ‘독설’로 통하는 이 위원이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이성곤은 그날을 이렇게 기억한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죠. 1군에 등록된 뒤 얼마 못 버티고 말소된 날이었는데 아버지 말씀이 ‘너는 프로에서 안타 칠 수준이 안 된다. 그러니까 다른 생각 하지 말고 (2군에) 내려가서 타석에서 공만 맞히는 데 집중해보라’는 것이었요.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주위의 백마디 위로보다 아버지의 따끔한 한마디가 이성곤에게는 큰 힘이 됐다. 이성곤은 “퓨처스리그에 내려가서 아주 단순하게 기본만 생각하다 보니까 아무 잡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러던 사이 성적이 갑자기 좋아졌다”고 말했다.

생각해보면 야구를 좋아하고 시작한 것도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였다. 이순철 해설위원은 현역 시절 타이거즈의 유일한 신인왕 출신이자 호타준족의 대명사였다. 도루왕을 세 차례 차지했고 통산 145홈런을 기록했다.

이성곤은 “집 곳곳에 있는 야구 방망이와 글러브 등을 보며 야구를 자연스럽게 가까이할 수 있었다. 야구를 할 때면 정말 좋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에 누가 물어보면 ‘야구 선수가 되겠다’고 했다. 그때 아버지가 내 눈에 참 멋있어 보였다”며 웃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야구 선수로서의 길로 들어서려는 아들을 만류했다. 그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자식 이기는 부모가 있을까.

이성곤은 경기고-연세대를 거친 뒤 201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3라운드 32순위로 두산에 입단했다. 그러나 그의 앞에는 가시밭길이 놓여 있었다. 2017년 11월에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삼성으로 이적했다. 2019년 13경기가 개인 한 시즌 최다 1군 출장 기록일 정도였다.

이성곤은 “누구보다 야구를 좋아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이 때문에 야구를 그만두는 것을 고민할 때도 ‘앞으로 뭐하고 살아야 되나’라는 걱정보다는 좋아하는 야구를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슬픔이 더 크게 다가왔다.

이성곤은 많은 것을 내려놓고 시작한 올시즌 오히려 쭉쭉 올라가고 있다. 그는 “올 시즌은 내 야구 인생에서 보너스라고 생각하고 즐겁게 또 열심히만 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초 2군행을 통보받았을 때도 크게 상처를 받지 않았다. 이성곤은 “예년같았으면 ‘1군에 다시 못 올라오겠구나’라고 생각했겠지만 이번에는 ‘내가 잘하면 다시 올라오겠지’라고 생각했다. 지난해 힘들었던 기억이 정신적으로 더 성장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했다.

올 시즌 활약으로 이성곤은 이제 이순철의 아들이 아닌 자신의 이름을 더 부각시키고 있다. 이들 부자는 무뚝뚝한 면까지 똑 닮아서 서로에 대한 안부를 잘 물어보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이성곤은 아버지의 기쁨을 잘 안다. 그는 “제게는 직접 말씀 안 하시는데 주변 사람들에게는 밥도 많이 사시는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러나 이성곤은 여전히 들뜨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그냥 1군에서 경기에 많이 나가는 게 지금 내 목표”라며 차분함을 유지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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