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5 (금)

"박시장 자랑스러웠는데, 배신감" 서울시 공무원들 패닉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서울시 공무원들도 충격에 휩싸였다. 이들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는 반응과 동시에 ‘산적해 있는 서울시 정책들이 제대로 추진될지 모르겠다’는 우려를 동시에 내비쳤다.

조선일보

1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사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박원순 서울시장 분향소에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태경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박 시장은 비서 출신 여성으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한 다음 날 집을 나선 뒤 돌아오지 않았다. 10일 오전 0시 1분쯤 서울 북악산 기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시장의 극단적 선택과 그에게 제기된 성추행 의혹과의 관련성은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다.

박 시장의 죽음이 알려진 뒤 서울시 공무원들은 패닉에 빠졌다. 한 고위공무원은 “직원들 모두 상상도 못했던 일이 터져버렸다”며 “내부 분위기를 추스르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직원들 상처가 크다”고 말했다. 내부 게시판에는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은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자신의 행위에 대해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조직의 수장이 공직자로서 모범을 보이지 못한 이 조직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해야하나’는 글이 올라왔다. 한 공무원은 “시장님을 믿고 따랐고 내가 몸담은 조직의 장(長)이 박 시장이라는 것에 자랑스러웠기에 오히려 이번 일 때문에 배신감을 느낀다”며 “조문도 가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분향소.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당장 현실적인 문제는 9개월 간의 시정(市政) 공백이다. 보궐선거가 열리는 내년 4월 7일까지 현 서정협 행정1부시장이 시장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박 시장이 없는 상황에서 그가 추진해왔던 정책들이 힘있게 추진될 수 있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린벨트 해제 반대와 재건축·재개발 규제 같은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이다. 박 시장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그린벨트는 미래 세대를 위해 남겨놔야 할 보물과 같은 곳”이라며 자신의 오랜 철학을 강하게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부동산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그린벨트 해제 요구가 거센 상황이다.

박 시장이 떠나기 직전 지난 8일 발표했던 ‘서울판 그린 뉴딜’같은 정책도 미지수다. 박 시장은 오는 2050년까지 서울을 탄소제로 도시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향후 3년간 2조6000억원을 투입해 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시의 한 고위공무원은 “부시장이 권한 대행으로 일을 하면서 시장이 있을 때처럼 강하게 시정을 그대로 진행할 수 있겠느냐”며 “보궐선거가 열릴 때까지 9개월간 수장 공백 상태로 있어야하는 게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 부시장은 박 시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지난 10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서울시정은 안정과 복지를 최우선으로 하는 박원순 시장의 시정 철학에 따라 중단 없이 굳건히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해인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