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과 박 시장 경쟁관계였지만
박시장 "늘 내 형님이었다" 강조
문재인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 /조선DB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10일 갑작스럽게 생을 마감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평소 주변에 문재인 대통령과 자신의 인연을 소개하면서 “문 대통령은 내 형님”이라는 말을 자주했다. 박 시장 측근들도 “박 시장이 세살 위인 문 대통령을 ‘형님, 형님’ 하고 불렀다는 말을 자랑처럼 하더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사법연수원 12기 동기지만, 문 대통령이 나이로는 박 시장보다 세살 많다.
문 대통령과 박 시장은 오래 알고 지냈지만, 민주당에 들어와서는 주로 경쟁 관계로 비쳐졌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친노 혹은 친문으로 분류된 반면, 박 시장은 비노, 비문으로 불리면서 항상 각을 세우는 관계였다. 실제 두 사람은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경선에서 맞붙기도 했다. 박 시장은 경선을 끝까지 뛰지 않고 중도에 후보직을 내려놨지만 이 과정에서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도 있었다. 박 시장이 문 대통령에게 “청산되어야 할 낡은 기득권 세력”이라고 말해, 친문 지지자들이 박 시장을 강하게 비판했던 것이다.
하지만 박 시장은 여러 차례 문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대통령은 제 형님”이라고 했다. 지난 2014년 4월, 사법연수원 수료식 당시 문 대통령과 찍은 ‘우정 사진’을 직접 페이스북에 올리며 친분을 과시했다. 박 시장은 이 사진을 올리며 "사법연수원 수료식에서 함께 찍은 문재인 의원님은 그때도 늠름하셨다. 그 우정을 그대로 간직하며 오늘 오전 서울 한양도성길을 함께 걸을 것"이라고 적었다.
지난 2017년 8월에는 TV에 출연해 자신이 문 대통령에게 심한 말을 했다며 “그건 헛발질이었다”고 사과했다. 또 문 대통령과 만나고서 감동해 형님으로 모시기로 했다며 "형님은 역시 형님"이라고 말했다. 2018년에도 한 프로그램에서 “문 대통령이 확실히 멋있기는 하더라” “문 대통령을 형님으로 생각한다”고 했었다. 박 시장은 지난 8월 청와대에서 광화문 시대 논의를 위해 문 대통령과 오찬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가 두 사람의 마지막 식사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박원순 시장이 사법연수원 수료식때 찍은 기념사진. 박 시장이 2014년 페이스북에 올렸다. |
문 대통령은 박 시장의 사망 소식에 “너무 충격적”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박 시장 빈소를 조문한 뒤 “대통령께서는 ‘박원순 시장님은 사법연수원 시절부터 참 오랜 인연을 쌓아온 분인데 너무 충격적’이란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박 시장 빈소에 대통령 명의 조화(弔花)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저서 ‘운명’에서도 박 시장 등 연수원 동기들을 소개하며 “합격자 수가 141명, 적게 뽑던 마지막 기수여서 동기들 간의 유대감이 좀 돈독한 편”이라고 했다.
[이슬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