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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S1포커스] 제2의 최숙현 어떻게 막을까…"사람이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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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출범하는 스포츠윤리센터에 기대

박양우 장관 "스포츠윤리센터 특별사법경찰 추진"

뉴스1

지도자 등의 폭행과 갑질에 못이겨 23세 꽃다운 나이에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만 했던 청소년·국가대표 출신 철인3종경기 유망주 고(故) 최숙현 선수의 생전 모습. (고 최숙현 선수 유족 제공) 2020.7.2/뉴스1 © News1 남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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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명의 기자 = 꽃다운 나이에 스스로 세상을 떠난 트라이애슬론 유망주 고 최숙현 선수의 비극. '제2의 최숙현'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

최숙현 선수는 지난달 26일 부산에 위치한 선수단 숙소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고 모친에게 남긴 휴대폰 문자 메시지가 고인의 유언이 됐다.

공개된 녹취록에는 감독의 폭행과 폭언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최숙현 선수의 동료 선수들도 끔찍했던 과거 가혹행위들을 진술했다. 가해자들은 지난 6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 그리고 철인3종협회 공정위원회에서 거듭 혐의를 부인해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최숙현 선수는 생전 이곳 저곳에 SOS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어떤 실질적인 도움도 받지 못했다. 이번 사건이 더욱 안타까운 이유다. 철인3종협회는 물론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심지어 검찰, 경찰에 신고까지 했지만 최숙현 선수는 결국 세상을 떠났다.

불과 2년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조재범 코치의 성폭행 사건이 벌어져 스포츠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당시 체육 관련 주무 부처, 기관들은 재발방지를 약속하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비극적인 일은 다시 일어나고 말았다.

스포츠평론가인 최동호 스포츠문화연구소 소장은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사회의 요구에 의해 스포츠인권센터, 클린스포츠센터 등이 새로 만들어지긴 했지만 결국엔 인권 의식이 없는 사람들 때문에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시스템이 갖춰졌지만 그 시스템을 운용하는 사람들이 달라지지 않는 한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대한체육회 산하 클린스포츠센터가 설립된 이후로도 조재범 사건, 컬링팀 사유화 사건, 그리고 이번 최숙현 선수의 사건 등이 잇따라 발생했다.

체육계가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성적지상주의, 지도자-선수 간 수직관계를 타파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개선 방안도 때마다 나오는 얘기들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같은 변화를 이끌 시스템, 그리고 그 시스템을 돌아가게 하는 사람이다.

최동호 소장은 "대한체육회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대한체육회는 실업팀 등 전문 체육 분야에 가장 많은 영향력을 미치는 조직이기 때문"이라며 "체육회가 인적 쇄신을 통해 인권 의식을 갖고 기존 시스템을 제대로 운영하지 않는 한 좋은 대책이 나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오는 8월 출범하는 스포츠윤리센터의 역할이 중요하다. 스포츠윤리센터는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 스포츠인권센터의 업무를 통합해 체육계 비리 및 인권침해 사건을 조사하는 기관이다. 독립된 법인이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관리 감독하며 인사권도 갖고 있다.

대한체육회의 클린스포츠센터, 스포츠인권센터는 이번 최숙현 선수 사건을 통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이 드러났다. 최숙현 선수가 피해 사실을 신고했으나 적극적으로 조사에 나서지 않아 비극을 불렀다.

대한체육회 측은 클린스포츠센터에 조사관이 3명뿐이라 월 평균 6~7건 접수되는 신고를 심도 있게 조사하기 어려운 현실적 제약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와 비교해 출범을 앞두고 있는 스포츠윤리센터는 직원 수 25명으로 그 규모가 커졌다.

최동호 소장은 스포츠윤리센터에 대해 "수사권과 징계권이 필요하다"며 "지금까지 관련 기관들은 그런 권한이 없었기 때문에 조사를 강제할 수도 없었다. 가해자와 면담해 기록을 남기고, 징계를 의뢰하는 것이 전부였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다행히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스포츠윤리센터의 실효성을 위해 특별사법경찰제도를 도입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반복되는 비극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 시대가 달라졌다. 조금씩 체육 환경이 나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체육계 곳곳에는 어둠 속에 최숙현 선수와 같은 피해자가 감춰져 있을지 모른다.
doctor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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