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배구 GS칼텍스 외국인 선수 러츠가 한국의 코로나19 대처 방식에 대해 미국과 비교해 글을 썼다. [더플레이어스 트리뷴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여자 프로배구 GS칼텍스 외국인 선수 메레타 러츠(26·미국)가 7일(한국시간) 미국 스포츠 선수 기고 매체 '더플레이어스 트리뷴'에 코로나19 시대에 한국에서 머물면서 느낀 것들에 대해 글을 올렸다. 기고문의 제목은 '내가 한국에서 본 것(What I Saw in South Korea)'. 그는 미국 명문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했고 질병 역학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땄다. 현재는 프로배구 선수로 활약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질병역학자가 되길 꿈꾸고 있다. 그래서 지난 1월 한국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3월 25일 미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한국이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방식을 유심히 지켜봤다. 미국의 대응 방식까지 지켜본 러츠는 솔직하게 글로 적었다.
러츠는 지난 2월 코로나19 확산세가 빨라지면서 이렇게 느꼈다. "걱정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열광적인 응원을 하는 팬들로 꽉 찬 체육관에서 경기를 하고 있었다. 누구나 감염될 수 있는 극도로 빽빽한 도시에 살고 있었는데, 모두 같은 배구공을 만지고 있었다.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곧 중국이 겪은 일을 경험하게 될 것이었다."
러츠의 공격.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러나 러츠의 걱정은 빠르게 사라졌다. 그는 "한국에서 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정부와 시민들의 반응이 매우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즉시 마스크를 쓰고 서로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도시 곳곳에는 사람들에게 손을 씻고, 마스크를 쓰라는 포스터와 표지판, 경고문이 붙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도 러츠는 한국이 코로나19에 잘 대처한 이유로 '존경 문화'를 꼽았다. 그는 "한국에서는 노인들을 정말 존경한다. 내가 가본 어느 나라보다 훨씬 그렇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말을 걸어야 한다. 설명하기 어렵지만, 한국에는 매우 중요한 존경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면서 "연장자에 대한 존경이 권위에 대한 존경으로 확장됐다. 사람들은 정부, 전문가 등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과학자들과 역학자들이 코로나19에 대한 경고와 정보를 주자 모든 사람들이 잘 들었다"고 평가했다.
또 의료보험 시스템도 칭찬했다. 그는 "한국은 대중이 신뢰하고 정교한 보편적 의료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한국의 가장 큰 강점을 공익을 위해 단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국인 최장신 GS칼텍스 메레타 러츠. 206cm의 큰 키로 상대 공격을 막아내 이소영 등 공격수들의 공격이 살아나 팀의 큰 활력소 역할을 해 낸다. 오종택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미국은 어땠을까. 러츠는 "미국에서는 한국처럼 통제가 잘 되지 않고, 사람들은 목숨을 잃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지난 3월 가족이 있는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으로 돌아갈 당시의 일화를 들려줬다. 당시 인천공항에서 애틀랜타를 거쳐서 휴스턴으로 갔는데, 애틀랜타 공항에서 코로나19에 대한 검사를 제대로 안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그는 "애틀랜타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있는 곳인데, 코로나19 확산이 심했던 나라 중 하나인 한국에서 왔는데도 그 어떤 검사도 없었다. 인천공항에서는 체온을 재고 검사를 했지만 미국에서는 아무 것도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휴스턴행 비행기에 탄 후, 좌석과 팔걸이를 물티슈로 닦았다. 그런데 옆에 있는 남자가 "뭐하는 거죠? 말도 안 됩니다"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러츠의 행동을 이해 못하겠다는 반응이었다. 러츠는 휴스턴에 돌아와서도 이 남자와 같은 반응을 보이는 사람을 많이 만났다고 한다. 그래서 러츠는 기고문을 쓰게 됐다. 그는 "우리가 코로나19에 관해 한국으로부터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매우 심각하고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 그래야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러츠는 지난 시즌에 이어 2020~21시즌에도 GS칼텍스에서 뛴다. 지난 시즌 득점 2위(589점), 공격종합 2위, 성공률 2위(41%), 후위1위, 블로킹 5위, 서브 7위 등 주요 지표마다 상위권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2라운드에선 최우수선수(MVP)에 꼽히기도 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