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제주항공과 통화록 및 의사록 공개
경영진 회의에서 405명 인력 감축···53억원 보상안
제주항공, 의혹 관련해 입장문 공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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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노조가 제주항공(089590)이 이스타항공의 희망퇴직·셧다운(운항정지)·미지급금 등 중요 경영 사안에 대해 관여한 정황이 담긴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와 이석주 전 제주항공 대표 간 통화 녹취파일과 회의록 등을 공개했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이 인수·합병(M&A) 과정에서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해 회사의 상황이 나빠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지만 이번 녹취파일 공개로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항공은 7일 입장문을 발표하겠다는 계획이라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세간에서 제기된 의혹으로 인해 공식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제주항공은 M&A와 관련해서는 이전과 같이 이스타항공이 선결조건을 이행해야 재개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의혹과 관련해서는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6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지난 3월20일 두 대표 간 6분35초 분량의 통화 내용과 아울러 희망퇴직과 관련해 두 회사 경영진이 논의한 회의록을 공개했다. 녹취파일에 따르면 최 대표는 “조금이라도 영업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국내선 슬롯이 없어지면 M&A의 실효성이 없어진다”며 셧다운 후폭풍을 우려했다. 이 대표는 “그건 각오하고 있다. (M&A가 완료되면) 저희가 국토부에 달려가서 뚫겠다. 나중에 관(官)으로 가게 되더라도 지금은 셧다운하는 것이 맞다”고 답했다.
이스타항공은 3월9일 국제선에 이어 같은 달 24일 국내선까지 모두 운항을 중단했다. 이스타항공은 4~6월 셧다운으로 인한 임금체불과 미지급금 증가 등이 제주항공의 ‘지시’에 따른 것인 만큼 책임도 제주항공에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제주항공은 “셧다운을 지시한 바 없으며 운항중단은 경영악화에 따른 이스타항공 경영진의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녹취파일에 따르면 사실상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셧다운을 결정했을 뿐만 아니라 종용한 것으로 해석돼 제주항공의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지게 됐다. 특히 최 대표가 이스타항공 임금체불 문제와 관련, “제주항공이 미지급된 급여를 줘야 한다”고 하자 이 대표는 “딜 클로징을 빨리 끝내자. 그럼 그것은 저희가 할 것”이라고 답했다. 체불임금 해소는 이스타항공의 몫이라고 해왔던 제주항공의 기존 주장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협력업체 미지급금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제 명의로 법에 저촉되지 않는 수준으로 (협력업체에) 협조해 달라고 레터를 보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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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가 같은 날 공개한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 경영진 간 희망퇴직 관련 회의록에는 운항 승무직 90명(기장 33명, 부기장 36명, 수습 부기장 21명)과 객실 승무원 109명, 정비직 17명, 일반직 189명 등 직군별 희망퇴직 규모와 보상액이 담겨 있다. 405명의 인력을 감축하는 대신 52억5,000만원을 보상하는 안이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관계자는 “제주항공이 희망퇴직 등 이스타항공 경영에 관여해왔다는 명백한 증거”라며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고 다른 인수자를 찾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은 이날 공식적인 입장을 통해 해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무산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고경영진 간의 긴밀한 통화 녹취파일까지 공개될 정도로 양측 간 갈등이 커진 상황이라는 점에서 두 회사 간 신뢰가 떨어졌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이 모든 의혹에 대해 입을 닫고 M&A 파기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면서도 “시장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모든 문제를 인정하고 전향적인 태도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6일 이스타항공이 신규 이사·감사 선임을 위해 소집한 임시 주주총회는 제주항공 측이 안을 제시하지 않아 무산됐다. 이스타항공이 이날 소집한 임시 주주총회는 안건 상정이 이뤄지지 못한 채 이달 23일로 다시 연기됐다. 제주항공이 후보 명단을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은 M&A을 추진해왔던 제주항공을 압박하기 위해 지난달 26일에 이어 이번에 주총을 다시 소집했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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