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이슈 불붙는 OTT 시장

200만 딜라이브 고객 tvN 못 보나…넷플릭스가 바꾼 시장의 역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케이블TV 업체인 딜라이브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인 CJ ENM과의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딜라이브는 6일 “CJ ENM이 지난달 13개 채널의 송출 중단을 통보한데 이어 오늘 딜라이브 가입자에게 채널이 중단된다는 내용을 자막 등을 통해 고지할 것을 강요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CJ ENM 사옥.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CJ ENM "사용료 인상 안 하면 송출 중단”



앞서 지난달 17일 CJ ENM은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에 대해 딜라이브 측이 동결을 주장해 계약이 불발됨에 따라 한 달 후 송출을 중단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딜라이브 측에 보냈다. 이에 딜라이브 측은 “프로그램 사용료의 20%를 인상해달라는 CJ ENM의 요구는 미디어 산업의 현실을 외면한 무리한 요구”라고 반발했다. 실제 CJ ENM의 통보대로 ‘블랙 아웃(송출 중단)’이 일어나면 200만명에 달하는 딜라이브 가입자는 tvNㆍMnetㆍOCN 등 CJ ENM이 제공하는 13개 채널을 볼 수 없게 된다.

중앙일보

딜라이브가 공개한 CJ ENM 이메일.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유료방송 지각 변동에 갑을 관계 역전"



관련 업계에서는 양사의 갈등에 대해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단순한 사용료 갈등이 아니라 유료방송 시장이 지각변동을 일으키며 전통적인 갑(케이블TV)과 을(PP) 간의 관계가 역전되면서 일어난 현상이란 분석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케이블TV의 가입자는 지속해서 감소해 영향력이 축소된 데 비해 콘텐트 중요성이 커지면서 PP의 영향력은 점차 강화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케이블TV 시장은 매출액(2016년)과 가입자 수(2017) 기준 모두 IPTV에 역전당한 뒤 하락세를 걷고 있다.

중앙일보

유료방송시장 가입자 점유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국내 케이블TV 업계는 1위(CJ헬로)와 2위(티브로드) 사업자가 각각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에 인수 또는 합병을 완료했고, 3위(딜라이브), 4위(CBM) 사업자가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다. 여기에 5위인 현대HCN은 오는 15일 매각을 위한 본입찰을 마감한다. 딜라이브 측 역시 “케이블TV 가입자의 지속적인 감소로 매출이 줄어들고 있는 데 비해 PP들에 대한 프로그램 사용료는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은 불가하단 입장이다. 이에 비해 CJ ENM 측은 “지상파 방송과 종편에 대한 프로그램 사용료는 지속해서 증가했지만 일반 PP에 대한 프로그램 사용료는 지난 6년간 거의 오르지 않았다”며 “콘텐트 사용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중앙일보

넷플릭스 [사진 셔터스톡]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형 플랫폼과 대형 PP 구도로 재편"



이런 배경에는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급부상이라는 대외 환경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CJ ENM 입장에선 자사 플랫폼을 통한 광고 수익은 줄었지만 넷플릭스에 콘텐트를 공급함으로써 얻는 수입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을 통해 자사 콘텐트에 대한 가치를 높이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IPTV를 중심으로 한 인수·합병이 모두 마무리되면 유료방송시장과 PP 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될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IPTV를 중심으로 케이블TV 업계가 재편돼 전열이 정비되면 대형 플랫폼 사업자와 대형 PP 간의 또 다른 대결 또는 협력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선 프로그램 선택권이 다양해지는 대신 이용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이라고 내다봤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