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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가슴·허벅지 만지며 ‘성적 수치심’까지…故 최숙현은 빌기만 했다 [현장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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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여의도) 안준철 기자

故 최숙현이 당한 가혹행위는 엽기적이었다. 선수단 위에 군림한 의사 면허 없는 팀 닥터는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위를 버젓이 했다.

6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 故 최숙현 가혹행위 사건과 관련한 추가 피해자 기자회견에는 최숙현의 동료 선수 2명이 참석해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에서 일어났던 악행들을 폭로했다. 이날 참석한 선수들의 이름은 신변 보호상 공개하지 않았다.

이들이 밝힌 감독(김규봉 감독)과 팀 닥터, 그리고 주장 선수(장윤정)의 악행은 생각보다 끔찍했다. 선수들은 감독과 주장, 팀닥터의 엽기적인 행위에 눈물을 흘리며 빌 수밖에 없었다.

매일경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경기)팀 故 최숙현 가혹행위 사건과 관련해 추가피해자 기자회견을 주최한 미래통합당 이용 국회의원이 6일 국회 정론관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서울 여의도)=안준철 기자


체중이 불었다는 이유로 20만 원어치 빵을 새벽까지 토하게 먹게 시킨 건 약과였다. 김규봉 감독은 선수의 부모와 싸우자고 덤비고, 선수들은 10일 이상 폭행을 당하고, 인격을 비하하는 욕을 듣는 게 일상이었다. 감독의 폭행에 선수들은 고막이 터지고, 손가락이 부러졌다. 맹장 수술을 받은 선수가 실밥도 풀지 않은 상태인데도 훈련을 시키기까지 했다.

주장 장윤정은 선수들 사이를 이간질했다. 폭행을 당해 울고 있는 고인을 향해서는 정신병자라고 모욕했다. 선배 선수에게 후배를 각목으로 폭행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21세기에 일어난 일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다.

특히 이들은 의사 자격없이 선수단에 영향을 행사한 팀 닥터에 대해서 “자신이 대학교수라고 말했다”며 “수술을 하고 왔다는 말도 자주 했을 뿐만 아니라 치료를 이유로 가슴과 허벅지를 만지는 등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폭로했다.

지옥같은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고인에게 돌아온 것은 외면이었다. 이날 추가 피해 선수들은 경주경찰서 참고인 조사에서 담당 수사관이 “최숙현 선수가 신고한 내용이 아닌 자극적인 진술을 더 보탤 수가 없다”며 일부 진술을 삭제했고, 어떻게 처리될 것 같냐는 질문에 “벌금 20~30만원에 그칠 것”이라고 말하면서 “고소하지 않을 것이면 말하지 말라”고 폭로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연 이용 미래통합당 국회의원은 “선수들은 신체적, 정신적 충격이 가시지 않음에도 당시 상황을 증언하기 위해 함께 이 자리에 섰다”며 “국회의원이자 체육계 선배로 지켜주지 못한 것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어떠한 불이익으로부터 선수들 반드시 지킬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다만 성폭행 여부와 관련해서는 “정확히 밝혀진 건 없지만, TF에서 상세히 살피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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