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현 단계서 공익상 긴급한 필요 없어”
텔레그램 ‘n번방’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구매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A(38)씨가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춘천=연합뉴스 |
성착취물 공유 텔레그램 대화방인 ‘n번방’에서 아동·청소년의 성착취물을 구매한 30대 남성의 신상정보 공개가 3일 법원에 의해 가로막혔다. 이 남성의 신상이 공개된다면 성착취물 단순 구매자로는 첫 신상 공개가 되는 것이었다. 법원은 “신상정보가 공개돼야 할 공익상의 긴급한 필요가 있다거나 공개될 신상정보의 범위가 확정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강원 춘천지법 행정1부(부장판사 조정래)는 A(38)씨가 낸 ‘신상 공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청소년 대상 성범죄에 대한 예방과 범죄자 처벌, 피해자 보호라는 중대한 공익이 일반적이고 추상적으로 인정된다면서도 A씨가 이미 구속돼 추가 범행이나 2차 가해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형사 절차상 검찰 송치 단계에 있는 점, 피의자가 중요 범죄를 부인하고 있는 점, 범죄 소명 정도와 기소 결정과 관련한 추가 수사가 필요한 점 등을 들어 인용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재판부는 수사 절차의 어느 단계에서든 신상정보 공개가 가능하고, 공개로 인한 효과를 돌이킬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현 단계에서 곧바로 신상정보가 공개돼야 할 정도로 신상 공개 집행과 관련해 공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신상 공개는 재판으로 범죄가 확정되기 전에 범죄자라고 공개적으로 인정되는 효과가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판결 확정 전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신상 공개는 엄격하게 해석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경찰은 A씨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앞서 강원경찰청은 지난 1일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한 A씨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A씨 측은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날 A씨는 인용 결정이 내려지기 전인 오후 5시30분쯤 춘천경찰서 유치장을 빠져나와 춘천지검으로 송치됐다. 검은색 모자와 마스크에 검은색 테로 된 안경을 쓴 그는 취재진으로부터 ‘범죄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등 질문을 받고는 “피해자분들께 죄송하다”며 거듭 사과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n번방 창시자 ‘갓갓’ 문형욱(24)으로부터 n번방을 물려받은 ‘켈리’ 신모(32)씨에게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구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에겐 2014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성인들을 대상으로 불법 촬영을 하고, 아동·청소년 8명을 상대로 성착취물을 제작하거나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도 적용됐다. 다만 A씨는 불법촬영물과 성착취물을 유포하진 않았다고 한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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