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홍콩, 시대혁명’ 구호도 불법화
1일 시위서 경찰 공격 남성 첫 기소
신설 안보기구 수장에 ‘강경파’ 인선
홍콩 시위대가 즐겨 찾는 한 식당 외벽에 시위대가 붙여놓은 메모지가 빼곡하다. 홍콩 보안법 발효 이후 경찰은 메모지의 내용까지 문제 삼고 나섰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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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경찰이 지난 1일 도심 시위 도중 경찰을 공격한 남성을 ‘홍콩판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위반 혐의로 첫 기소했다. 또 민주화 시위대의 단골 구호인 ‘광복홍콩, 시대혁명’ 구호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한편, 보안법에 따라 신설되는 안보기구 수장 인선을 마무리하는 등 보안법 체제 조기 안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일 도심에서 열린 홍콩 보안법 반대 시위에서 ‘광복홍콩, 시대혁명’이라 적힌 깃발을 오토바이에 걸고 경찰을 향해 돌진한 혐의로 체포된 통잉킷(23)이 분리독립 선동과 테러행위 혐의로 이날 웨스트카오룽 법원에 정식으로 기소됐다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3일 보도했다. 홍콩 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첫 사례다. 체포 당시 다리 골절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진 그는 이날 법원에 출석하지 못했다.
앞서 홍콩 정부는 2일 밤 누리집에 올린 성명에서 “1일 열린 불법·폭력 집회에서 일부 시위대가 사용한 ‘광복홍콩, 시대혁명’이란 문구는 ‘홍콩 독립’이나 국가 체제를 전복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며 “홍콩 보안법은 분리독립이나 체제전복을 비롯해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모든 행위와 활동을 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 반대 정국에서 홍콩 시위대가 가장 많이 외쳤던 구호를 특정해 ‘불법’으로 규정한 것이다.
홍콩 경찰이 시위대가 붙여놓고 간 메모지(포스트잇)까지 ‘보안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문제 삼자, 3일 누군가 이에 대한 항의 뜻으로 빈 메모지를 벽에 붙여놨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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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홍콩 경찰이 시위대가 즐겨 찾는 식당에 붙여놓고 간 메모지까지 문제 삼고 나서는 등 홍콩 보안법 발효와 함께 ‘공안몰이’가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이날 홍콩섬 동부 사우케이완 지역의 한 식당 운영자의 말을 따 “2일 오전 정복 차림의 경찰 4명이 찾아와 ‘시위대가 붙여놓고 간 메모지(포스트잇) 내용이 보안법 위반이란 신고를 받고 왔다’고 말하며, 추가 신고가 들어오면 법 집행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이날 중국 정부는 수사권과 면책특권까지 부여된 홍콩 주재 중앙정부 국가안보국(NSO) 수장엔 정옌슝 광둥성 당위원회 비서장을 선임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기자 출신인 그는 광둥성 산웨이시 당서기 시절인 2011년 토지수용 보상금 부족에 항의하는 우칸 마을 시위대에 강경 대응해 논란을 부른 바 있다. 또 뤄후이닝 홍콩 주재 중앙정부 연락판공실(중련판) 주임을 국가안보수호위원회 사무고문으로 임명하며, 홍콩 보안법 체제 조기 안착에 박차를 가했다.
공안몰이 분위기 속에 민주화 인사들의 활동도 크게 위축되는 모습이다. 홍콩 독립 성향의 데모시스토당 전 주석인 네이선 로는 2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미 홍콩을 벗어났다. 국제적 차원에서 홍콩에 대한 지지활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니 타이 홍콩대 교수(헌법학)는 <홍콩 프리프레스>에 “오늘 ‘광복홍콩, 시대혁명’ 구호가 금지됐지만, 내일은 또 다른 구호가 금지될 것”이라며 “홍콩 보안법 체제 아래선 모든 순간, 모든 사람이 하는 모든 말이 보안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는 압박을 이어갔다. 전날 하원에 이어 2일(현지시각) 미국 상원도 홍콩 자치 훼손과 인권 탄압 관련자와 이들과 거래한 금융기관을 제재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홍콩 자치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일본 집권 자민당은 홍콩 보안법에 대한 우려를 담은 결의문을 채택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일본 방문을 취소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김소연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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