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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성착취물 실태와 수사

"전원 얼굴 공개하라" 여성들, 'n번방' 성착취물 구매자 신상공개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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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 'n번방' 연루자 모두 신상공개 촉구

"시청이냐 소지냐 여부 떠나 범죄의 공범"

아시아경제

지난 5월17일 오후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열린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n번방까지 : 성폭력 규탄 이어 말하기'에서 n번방에분노한사람들 관계자 및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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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경찰이 처음으로 텔레그램 'n번방'에서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구매한 30대 남성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성착취물을 시청하거나 사들인 사람들에 대해서도 전원 신상을 공개하라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텔레그램을 통한 범죄 특성상 구매하는 행위도 성폭력에 가담했다는 주장이다.


2일 강원지방경찰청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등으로 구속한 A(38) 씨의 이름, 나이, 얼굴 등 신상 정보를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A 씨는 '갓갓' 문형욱(24)에 이어 n번방을 운영한 '켈리' 신 모(32) 씨로부터 성 착취물을 구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A 씨는 2014년 9월부터 지난 3월까지 성인들을 불법 촬영하고 아동·청소년 8명을 상대로 성 착취물을 제작하거나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의 성 착취물 구매자 신상 공개 결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원경찰청은 전날(지난 1일) 경찰관 3명과 외부위원 4명으로 구성한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범행 수법과 피해 정도, 국민의 알 권리, 신상 공개로 인한 피의자의 가족 등이 입을 수 있는 2차 피해 등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A 씨가 신상 공개 결정에 대해 춘천지방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기 때문에 법원의 판단에 따라 공개 여부가 최종적으로 결정된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경우 신상 공개는 불가능하다. 법원이 이를 기각할 경우, 경찰은 A 씨의 이름을 공개하고 3일 오후 4시30분께 춘천경찰서에서 춘천지방검찰청으로 송치할 때 얼굴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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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25일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탄 차량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검찰 유치장으로 향하자 시민들이 조주빈의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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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은 "n번방에 입장한 모두가 성범죄자"라며 구매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촉구하고 나섰다. 성착취물이 불법 공유되는 텔레그램 대화방에 쉽게 입장할 수 없는 데다, 구매 행위를 통해 피해 영상이 확산·재생산된다는 이유에서다.


'n번방'을 비롯해 파생된 대화방에 입장하려면 특정 대화방의 링크를 찾거나 공유받은 뒤 운영진에게 가상화폐를 지불해야 하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실수에 의한 방 입장이 아닌 충분히 성착취물이 존재한다는 상황을 인지, 고의적으로 방에 입장했다는 지적이다.


앞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게시돼, 200만여 명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30대 직장인 A 씨는 "n번방에 들어가기 전까지 절차도 굉장히 까다롭고, 성착취물이라는 것을 인지하고도 소비했기 때문에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본다"면서 "셀 수 없이 많은 착취물을 소비하고 재생산하면서 더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해냈다. 구매자 한 명이 한 건 이상의 성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간주하고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B(21) 씨 또한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 아니냐"며 "지금도 어디선가 피해자들이 계속 생기고 있을 텐데 신상 공개를 미루는 것은 '성범죄를 저질러도 괜찮다'는 인식을 심어줄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몇 달 동안 신상 공개된 가해자는 고작 몇 명이다. 이렇게 하나씩 공개해서 어느 세월에 다 공개하나"라며 "한 번에 가해자 전원 신상을 공개해라"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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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25일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탄 차량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검찰 유치장으로 향하자 시민들이 조주빈의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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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도 n번방 회원들의 신상 공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표창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회원 가입 절차가 복잡하지 않나. 더군다나 가상 화폐까지 사용을 해야 하고, 그 정도 과정과 절차라면 일단 시청이냐 소지냐의 여부를 떠나서 전체적인 범죄의 공범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표 전 의원은 "신상 공개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며 "성폭력 범죄의 정의에 보면 아동 대상, 미성년자 대상 간음이나 업무상 위력 간음 또는 추행까지도 해당되는 법조항(성폭력 특별법 제25조)이다. 그러면 n번방 사건에 분명히 이런 부분들이 있다.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지난 4월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를 통해 "현행 성폭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필요한 경우에는 신상공개가 가능하도록 돼 있다"며 "책임이 중한 가담자에 대해서는 신상을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추 장관은 "아주 강한 가장 센 형으로 구형을 당할 것이라는 것을 밝힌다"며 "빨리 자수해서 이 범죄에 대해서 반성하고 근절시키는 데에 협조해주는 것을 강조드린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성범죄 피해자들을 위한 법 개정 등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여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피해지원국장은 3일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신상공개를 요구하는 여성들은 사실 우리 사법체계가 가담자들을 적절히, 적합하게 처벌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면 그러지 않았을 수도 있다"며 "지금까지 우리 사법체계가 그래오지 않았기 때문에 '개인이 누구인지를 드러내야만 사회적 처벌이 가능하다' 혹은 '가담자들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다'는 인식으로 흐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상 공개를 해야 된다, 안 해야 된다'라기보다는 가담자들에 대한 처벌을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지금까지 어떻게 해왔는지 등의 문제를 함께 짚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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