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보안법 시행 첫날] 14시간 만에 '1호 위반자' 나와
경찰 무릎에 짓눌린 시위 참가자 - 1일 홍콩 도심에서 홍콩보안법에 반대하는 시위 참가자가 양손이 묶인 채 경찰 무릎에 짓눌려 제압당하고 있다. 홍콩 명보는 이날 오후 11시까지 시위대 등 시민 370명 이상이 경찰에 체포됐고 이 중 최소 10명이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라고 보도했다. /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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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민단체와 야당 인사들은 이날 홍콩 도심에 모여 홍콩보안법 반대 집회를 열었다. 경찰은 앞서 코로나 사태 등을 이유로 야권 단체가 낸 집회 신청을 불허했다. 야권이 주최하는 홍콩 주권 반환일(7월 1일) 집회가 불허된 것은 2003년 이후 17년 만이다. 하지만 야권 인사들은 이날 오전부터 수십~수백명씩 모여 "일당독재를 끝내자" "홍콩보안 악법(惡法)에 저항하라"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중국 정부에 홍콩보안법 철회를 요구했다.
저녁이 되자 수천명으로 불어난 시위대는 도심 도로를 일시 점거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홍콩보안법을 철회하도록 미국이 압력을 행사해 달라"며 미국 국기를 들고나온 사람도 있었다. 경찰은 시위대가 모이면 즉각 체포하고 해산에 불응하는 시위대를 향해 최루액을 쏘며 고무탄을 발사했다. 홍콩 명보는 오후 11시까지 370명 이상이 경찰에 체포됐고 이 중 최소 10명이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홍콩 독립"이라는 구호를 외친 사람, '홍콩국(國)' '광복홍콩, 시대혁명'이라고 쓰인 깃발을 펼친 사람이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연행됐다고 했다.
전·현직 홍콩 행정장관들 축배 - 캐리 람(오른쪽) 홍콩 행정장관이 1일 오전(현지 시각) 홍콩 골든 바우히니아 광장에서 열린 홍콩 주권 반환 23주년 기념식에서 둥젠화(가운데)·렁춘잉 전 행정장관과 건배하고 있다. 코로나를 이유로 100여 명만 모인 기념식에서 캐리 람은 홍콩보안법에 대해 “홍콩 반환 이후 (중국) 중앙과 홍콩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발전”이라고 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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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밤 11시부터 홍콩보안법이 시행되면서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사람은 최대 무기징역에 처한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전날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를 주장해온 조슈아 웡의 데모시스토당(黨)을 비롯해 홍콩민족전선, 학생동원, 홍콩독립연맹 등 홍콩 독립을 주장해온 단체 7곳 이상이 이틀 새 자진 해산했다. 이들은 해외에서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했지만 홍콩보안법 시행 첫날부터 홍콩 내 반중(反中) 진영이 무력화되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홍콩 입법회(의회) 야당 소속 의원들은 지난 30일에 이어 1일에도 기자회견을 열고 홍콩보안법에 대한 우려를 밝혔다. 이들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가 완전히 끝났다"고 비판했지만 마땅한 대응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홍콩 정부는 이날 오전 8시 홍콩 골든 바우히니아 광장에서 홍콩 주권 반환 23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내외빈 100여 명이 마스크를 쓴 채 참석했다. 기념식장 맞은편에는 '홍콩보안법이 일국양제를 지키고 홍콩의 안정을 준다'고 쓰인 대형 광고판이 자리 잡았다. 기념식에서는 중국 국가인 '의용군행진곡'을 연주하면서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게양하는 행사도 열렸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홍콩보안법에 대해 "홍콩 반환 이후 (중국) 중앙과 홍콩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발전"이라고 말했다. 연설을 마친 람 장관은 참석자들과 샴페인 잔을 부딪쳤다.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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