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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항공사들의 엇갈리는 희비

난기류에 휩싸인 이스타항공 ‘시계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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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악재에 제주항공측 인수 무산 위기 / 직원들 체임 책임 놓고 양사 신경전 이어 / 창업주 이상직 의원 자녀 불법 승계 논란 / 노조 “李의원 페이퍼컴퍼니 통해 불법 자행” / 이스타선 “모든 일 합법·공개적 진행” 반박 / 제주항공, 최근 인수작업 절차 일시 중단

세계일보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오너 일가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창업주인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이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불법적으로 이스타항공 주식을 취득하고 자녀들에게 승계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이 의원 대신 이스타항공이 “사실무근”이라며 해명에 나섰지만 체불임금 등의 다른 문제까지 산더미라 인수작업이 무산 위기에 처했다.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한 전환사채(CB) 발행 예정일을 미루는 등 최근 인수작업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이스타항공의 경영 부실을 놓고 오너 일가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양측의 신뢰관계도 위태로운 상황이 됐다.

◆“자본금 3000만원 회사로 수백억원 시세차익”

2007년 10월 전북 군산을 본점으로 설립된 이스타항공은 2014년까지 새만금관광개발이 지분 49.4%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다. 새만금관광개발은 이 의원이 사장을 지낸 KIC그룹의 계열사다. 이 의원은 2012년까지 이스타항공그룹 총괄회장을 맡았다가 19대 국회에 입성하면서 형인 이경일 전 KIC그룹 회장에게 이스타항공 경영권을 넘겼다. 20대 총선에서 낙선하자 이스타항공그룹 회장으로 복귀했다.

이때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는 새만금관광개발에서 이스타홀딩스로 변경됐다. 2015년 자본금 3000만원으로 설립된 이스타홀딩스가 이스타항공 지분 68%를 사들였는데, 이스타홀딩스는 이 의원의 아들(66.7%)과 딸(33.3%)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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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노조 측 관계자는 “정상적인 회사라면, 특별한 담보도 없이 자본금 3000만원만 가진 회사에 뭘 믿고 100억원 가까운 돈을 빌려줬겠느냐”며 “이 의원 쪽과 관련 있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자금을 차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6년 말 기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스타홀딩스가 재무상태표와 현금흐름표,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 등 감사에 필요한 주요 자료를 제시하지 않아 당시 감사를 맡은 한림회계법인이 감사 의견을 거절했다.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이스타항공 최대주주가 바뀐 배경엔 이 의원이 두 자녀에게 회사를 불법 승계하기 위한 의도가 숨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스타홀딩스가 당시 이스타항공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1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때 이 의원의 아들과 딸의 나이는 각각 10대와 20대였다. 이스타항공이 제주항공에 합병될 경우 이스타홀딩스는 이스타항공의 지분(38.6%) 대가로 받게 될 추정 액수는 410억여원에 달한다.

◆“주식 취득 합법적…인수돼도 마이너스”

이스타항공 측은 이스타홀딩스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이스타홀딩스의 설립과 이스타항공 주식 취득은 합법적이고 공개적인 방식으로 진행됐다”며 “자금 확보는 사모펀드와 협의를 통해 적합한 이자율로, 주식거래는 회계법인과 세무법인이 실시한 각각의 기업가치 평가보고서에 근거해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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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원들이 임시주주총회가 열리는 서울 양천구 이스타항공 본사 앞에서 피케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의원의 자녀가 인수합병에 따른 막대한 차익을 거두게 될 것이란 의혹에 대해서도 “인수합병이 성사되면 계약 이후 발생할 소송과 세무조사 과징금 등 확정 시 발생할 우발 채무를 위한 전환사채(CB) 담보 제공, 주식매각에 따른 세금, 이스타홀딩스 보유 부채 상환 등을 이스타홀딩스가 부담해야 한다”며 “이스타홀딩스가 부담해야 할 이들 제반 비용은 매각지분 가치를 상회한다”고 주장했다. 이스타홀딩스는 이어 “이번 인수합병은 이스타홀딩스에 말 그대로 마이너스 딜과 다름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스타항공은 이미 제주항공과 250억원에 달하는 직원들의 체불 임금 분담 문제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인수합병까지 걸림돌이 많은 탓에 일각에선 이스타항공의 파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당분간 업황 부진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만큼 제주항공이 인수를 포기하면 이스타항공이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스타항공의 올해 1분기 자본 총계는 마이너스 1042억원으로, 자산을 모두 팔아도 빚이 훨씬 많은 상태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월급을 받지 못하더라도 인수합병이 성사될 수 있다는 기대로 버텨왔는데, 이제는 퇴사를 고민하는 직원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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