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면 팔수록...라임 닮은 옵티머스

수천억원 투자자 피해 예상

NH투자증권 고발 이틀만에

검찰 18곳 압색 자료 분석중

폐쇄형 구조 라임과 유사

윤 변호사 주도적 인물 파악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박지환 기자, 이민지 기자] 검찰이 옵티머스자산운용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함께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1조7000억원 규모의 환매 중단 피해가 우려되는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됐다. 옵티머스 사태 역시 수천억원대 투자자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인 수사를 통해 주요 자료와 관계자 신변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26일 검찰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부장검사 오현철)는 지난 24일부터 이틀간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옵티머스자산운용 등 18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압수수색 자료 분석을 마치는대로 본격적으로 관계자들 소환조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다만 확보한 자료가 워낙 방대해 분석에만 며칠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검찰 수사는 압수물 분석을 전후로 속전속결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압수수색도 옵티머스 펀드의 대부분을 판매한 NH투자증권이 22일 검찰에 고발한 뒤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 당시 주요 경영진이 도주해 조사와 수사에 차질을 빚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속도를 높이는 것이란 분석이다. 검찰은 지난 24일 압수수색과 더불어 옵티머스운용 대표 김모씨와 이사 이모씨, 펀드운용 이상인 송모씨 등 핵심 관계자를 출국금지했다.

옵티머스운용은 지난 2~3년간 1000여명의 투자자로부터 공공기관 매출채권 투자 명목으로 투자금을 받아 사모펀드를 운영하면서 실제로는 대부업체와 부실 기업, 부동산 등에 투자하고 수익을 돌려막기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옵티머스 등 관련자들에게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사문서위조 및 행사 등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펀드 자금이 기업 인수 등에 불법으로 사용됐을 가능성도 살피고 있다.

지금까지만 보면 옵티머스 환매 연기 사태는 라임 사태의 양상과 상당히 흡사한 모습으로 진행중이다. 펀드구조가 철저히 베일에 쌓여있고 환금성도 낮은 '폐쇄형' 사모펀드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이런 구조적 문제로 인해 라임은 편입 자산의 부실을 감추기 위한 조직적인 펀드 돌려막기 행각이 가능했다. 옵티머스의 경우에도 약관과는 완전히 다른 자산을 편입해 부실 운용을 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판매사는 운용사에, 운용사는 서류를 작성한 법무법인에 속았다며 각자 책임 떠넘기에 급급한 것은 물론 판매사들이 별다른 검증 없이 판매에만 열중한 점도 오버랩 되는 상황이다.

주도적 인물이 있었다는 점도 라임사태를 연상케 한다. 라임 사태의 핵심은 이종필 전 라임운용 부사장이다. 그와 함께 배후에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주도적 역할을 했고 판매사, 정ㆍ관계 인사 등이 엮여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보면 옵티머스 사태도 투자처 발굴(딜 소싱) 등의 업무를 해오던 H법무법인의 윤모 변호사가 모든 것을 주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옵티머스운용은 공기업 매출채권 펀드 사기와 관련해 자신들은 무관하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 주 판매사와 운용사가 대면한 자리에서도 윤 변호사는 "문서를 위조해 자금을 빼돌렸고 단독 범행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을 혼자서 주도하기 힘들다는 것이 법조계와 증권업계의 중론이다. 증권업계 고위관계자는 "공공기관 발주에 따른 매출채권은 굳이 유동화 시켜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없어 시장에 잘 나오지 않는 희귀한 매물인데 옵티머스는 독점하다시피 팔았다"며 "그래놓고 판매사에 설명회까지 나갔던 옵티머스 김모 대표가 상품운용을 전혀 몰랐다는 건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전반적인 내용을 봤을 때 혼자 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니다"면서 "윤 변호사 혼자 모든 것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재판까지 고려해 형을 줄이려는게 아니겠냐"고 관측했다.

옵티머스 사태를 라임과 비견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라임의 경우 판매사들이 전액 손실이 우려되는 무역금융펀드의 부실을 알고도 판매를 이어왔던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이번 옵티머스사태는 아직 채권 발행처인 비상장사나 판매사인 증권사들의 공모 여부까진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판매사들조차 금융당국이 정한 투자위험등급 5등급(저위험) 상품을 투자자들에게 안전한 상품으로 소개해 판매한 것 외에는 자신들도 피해자란 입장이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박지환 기자 pjhyj@asiae.co.kr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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