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의 ‘2020 군비통제·비확산·군축 합의와 약속의 준수 및 이행 보고서’ 가운데 북한 관련 부분. |
미국은 북한이 핵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큰 우려를 나타내고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대북 제재를 유지하는 한편 외교적 협상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는 23일(현지시간) 의회 제출과 함께 공개한 ‘2020 군비통제·비확산·군축 합의와 약속의 준수 및 이행 보고서’에서 지난 1년간 북한의 핵 관련 활동에 이같이 평가했다. 국무부가 매년 발간하는 이 보고서는 미국 스스로의 핵 활동에 관해 기술하고 있으며 북한뿐 아니라 러시아, 중국, 이란 등 미국이 감시 대상으로 삼고 있는 국가들에 관한 평가 내용을 담고 있다.
국무부는 보고서에서 북한이 2003년 핵확산금지조약(NPT)를 탈퇴를 선언한 이후 지속적으로 NPT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면서 “2019년 동안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과 지속된 핵물질 생산에 큰 우려를 계속 갖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진행하는 동안 핵실험은 중단했지만 핵무기 관련 활동은 계속하고 있다는 미국의 기존 입장을 반영한 것이다.
국무부가 북한 핵 활동을 기술하면서 주요 근거로 활용한 것은 지난해 8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발표한 보고서다. IAEA는 2018년 북한의 핵 활동을 분석·평가한 이 보고서에서 영변 핵단지 내 핵연료봉 제조공장에서 원심분리 우라늄 농축시설을 사용한 징후가 있고 밝혔다. 또한 남동부 지역의 건물에서 화학적 처리 과정이 이뤄진 징후가 있었다는 분석도 담았다. 영변의 5메가와트(MW)짜리 플루토늄 생산 원자로는 2018년 12월 이후 가동 징후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평가하면서 북한이 연료를 재주입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 국무부는 이밖에도 영변의 실험용 경수로 건설, 평산 우라늄광산과 우라늄공장으로 공표된 지역에서의 우라늄 채굴 활동 등 IAEA 보고서 내용을 인용한 뒤 북한에 확인되지 않은 추가 핵시설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북한이 2018년 5월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했지만 해체 정도를 확인할 수 없다면서 북한이 이 시설을 원상태로 복구하거나 다른 핵실험장을 건설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한 부분도 포함됐다. 미 국무부는 지난해 보고서에선 북한의 핵실험 중단과 풍계리 실험장 폐쇄가 비핵화 약속 이행을 향한 추가 조치 의향을 보여주는 긍정적 신호라고 지적했지만 올해는 이 부분을 제외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국무부는 이어 북·미 정상회담 등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비핵화를 위해 기울인 노력을 부각했다. 국무부는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에도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담긴 모든 약속을 동시적·병행적으로 추진할 준비가 돼 있음을 북측 카운터파트에 전달했고,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이행하면 투자와 인프라 향상 등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미국은 북한의 핵 활동을 계속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는 미국의 최우선 목표이며 이를 향해 북한과 계속된 외교적 협상에 전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무부는 “건설적 협상을 통해 북한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북한의 비핵화기 있기까지 유엔과 미국의 제재는 그대로 유지되고 완전히 이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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