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출신 흑인 작가 "이튼 칼리지에서 인종차별 당해"
영국 런던서 '미국 흑인사망' 항의 시위 |
(서울=연합뉴스) 김유아 기자 = 영국의 명문 남자 사립학교인 이튼 칼리지가 1960년대 흑인학생에 가해진 인종차별에 대해 사죄했다.
이튼 칼리지는 영국 왕실의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 왕자, 보리스 존슨 총리 등 유명 졸업생들을 대거 배출하며 '귀족학교'란 평을 듣는 기숙학교다.
AP통신과 BBC방송에 따르면 이튼 칼리지의 사이먼 헨더슨 교장은 23일(현지시간) 이 학교 최초의 흑인 학생 가운데 1명인 나이지리이 출신 작가 딜리베 온예아마(69)가 재학중 겪은 인종차별에 대해 "학교를 대표해 직접 사과하고 싶다"고 밝혔다.
온예아마는 지난 1960년대 이튼 칼리지를 다녔던 4년 동안 "왜 피부색이 검냐", "머리에 얼마나 많은 구더기가 있느냐"는 등의 인종차별을 겪었다는 내용을 담은 책을 1972년 발간했다.
온예아마는 이같은 폭로 직후 이튼 칼리지로부터 학교 방문을 금지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도 말했다.
이튼 칼리지 교장의 사과는 BBC방송이 온예아마의 인종차별 경험을 재조명하면서 진행한 전화 연결에서 이뤄졌다.
최근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짓눌려 사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로 인해 반(反)인종차별 시위가 확산하고,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튼 칼리지도 약 50년 만에 과거의 인종차별에 대해 고개를 숙인 것이다.
이튼 칼리지 |
헨더슨 교장은 "그가 이튼 칼리지에서 겪었던 인종차별 경험을 듣고 매우 놀랐다"며 "언제든 학교를 방문해도 된다.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온예아마가 졸업한 이후로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남았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또 "문명사회에서 인종차별주의가 설 자리는 지금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수백만 명이 시위를 통해 인종차별과 불평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리가 아직 나아가야 할 부분이 많다는 점을 겸허히 인정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어 "우리는 직접 나서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한 현실적이고 지속적인 변화를 위한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온예아마는 이튼 칼리지의 사죄에 충격 받을 정도로 놀랍다면서 "비행기삯과 숙소를 제공해준다면
기꺼이 사과를 받으러 학교를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ku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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