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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할리우드 영화를 세련된 영상미로 물들인 조엘 슈마허 감독이 80세를 일기로 22일(현지시간) 별세했다. 슈마허 감독의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그가 약 1년간 암 투병 끝에 이날 아침 뉴욕에서 눈을 감았다고 밝혔다.
슈마허 감독은 할리우드 영화에 감각적인 영상과 디자인을 불어넣은 연출자다. 대표작으로는 ‘로스트 보이(1987)’, ‘유혹의 선(1990)’, ‘사랑을 위하여(1991)’, ‘폴링 다운(1993)’, ‘타임 투 킬(1996)’, ‘폰 부스(2002)’, ‘오페라의 유령(2004)’ 등이 꼽힌다. 국내에서는 ‘배트맨 3: 포에버(1995)’와 ‘배트맨 4: 배트맨과 로빈(1997)’으로 유명하다. 만화 같은 현란한 영상을 자랑했으나 배트맨 특유의 고독한 정체성이 담기지 못해 비판을 받았다. 특히 후자는 배트맨 의상에 성적 요소가 추가돼 슈마허 감독이 직접 사과하기도 했다. 연이은 실패는 훗날 만화를 원작으로 제작하는 영화들이 진지하고 기초적인 방향으로 노선을 잡는 데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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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마허 감독은 1939년 8월 29일 뉴욕에서 태어났다. 어려운 가정 형편을 딛고 파슨스 디자인학교에 입학, 재학 중에 디스플레이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졸업 뒤에는 패션업계로 진출해 레블론에서 일했고, 자신의 의상실도 운영했다. 그는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 ‘슬리퍼(1973)’에 의상 디자이너로 참여해 영화와 인연을 맺었다. 조지타운 대학을 갓 졸업한 동창생들의 이야기를 그린 ‘세인트 엘모의 열정(1986)’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아 다수 작품에서 메가폰을 잡았다. 슈마허 감독은 세련된 감각만큼 숨은 인재를 발굴하는데 일가견이 있었다. 그의 영화를 거쳐 스타로 거듭난 배우로는 데미 무어, 로브 로우, 키퍼 서덜랜드, 매튜 맥커너히, 콜린 파렐 등이 있다.
약 서른 편의 연출작 가운데 최고로는 ‘폴링 다운’이 자주 거론된다. 이 작품은 인종 차별 이데올로기를 담은 폭력영화로도 평가된다. 이듬해 만든 존 그리샴 원작의 ‘의뢰인(1994)’은 적절한 캐스팅과 긴박감 넘치는 사건 전개로 비평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주연한 수잔 서랜든은 그해 영국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슈마허 감독은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함께 ‘오페라의 유령’을 만들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작품은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촬영상(존 매디슨)과 미술상(앤소니 프랫), 주제가상을 받았다. 마지막 연출작은 2013년 넷플릭스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에피소드 두 편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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