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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최악의 업황인데도…조선업계 바뀌지 않은 키워드는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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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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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선 100척 이상의 도크(선박 제조공간) 계약을 수주한 기쁨이 가시기도 전에 조선업계가 참담한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코로나19(COVID19) 발 수요 급감으로 선박 수주가 사상 최악인 상황인데도 일부 조선소 노조가 잇따라 파업에 돌입한 것이다.

카타르발 LNG선 계약은 정식 발주가 아닌 도크 사전 확보 차원이어서 실제 발주 물량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지난 2004년에도 카타르는 90척 규모의 도크 계약을 했지만 실제로는 훨씬 못미치는 53척만 발주한 적도 있다. 노사가 힘을 합쳐 이 난국을 헤쳐나가도 모자란 판에 조선업계는 불황과 파업이라는 이중고를 풀어야 하는 실정이다.

◇카타르 잭팟 후 직면한 '파업' 현실=2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는 오는 23일 전 조합원이 참여해 4시간 '부분 파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노조는 이에 앞서 지난 19일에도 간부급 조합원이 4시간 파업을 벌였다.

STX조선해양 노조는 지난 1일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간 상태다. 이에 조업 차질이 빚어지자 STX조선해양 측은 지난 17일부터 경남 창원시 소재 진해조선소 가동을 한 달간 중단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현대중공업과 STX조선해양의 파업이 기업 규모를 불문하고 불황으로 직격탄을 맞은 조선업계의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현대중공업 노조의 파업은 장기 불황에 따라 누적된 노사 갈등이 주 원인이다. 특히 23일로 예고된 부분 파업은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여전히 타결하지 못한 노조의 실력행사다. 노조는 이번만큼은 사측을 강하게 압박해 임단협 본교섭 양보를 받아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4년 연속 임단협 연내 타결이 불발돼 왔다. 그도 그럴 것이 2016년 이후 조선업계는 최악의 수주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이 장기 위기를 대하는 노사 양측의 눈높이도 완전히 달랐다. 불황 타개책으로 사측이 추진한 대우조선해양 합병은 '규모의 경제'를 노리겠다는 포석이었지만 노조 입장에선 '미운 털' 자체였다.

STX조선해양의 파업도 조선업 불황이 가져온 후폭풍이었다. STX조선해양은 2018년 경영위기가 심각해지며 노사합의를 통해 구조조정 대신 무급휴직을 시행해왔다. 그러나 수주 침체의 충격파는 조선업 빅3(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보다는 STX조선해양 같은 중형 업체에게 더 크게 다가왔다. 결국 사측은 경영난을 이유로 무급휴직을 더 연장하려 했는데, 이 과정에서 노조가 크게 반발하며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 같은 무리한 파업은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당장 현대중공업은 기존에 건조 중인 선박들을 빨리 건조해 내보내야 한다. 파업으로 건조작업이 늦어질수록 비용 손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내년 1분기 이후 일감이 바닥나는 STX중공업은 파업 타격이 더 심각하다. 당장 물량 확보가 급한 상황에서의 파업은 지역 민심조차 외면할 정도다.

사상 초유의 카타르발 수주에도 한국 노조의 파업은 부정적 인식을 줄 수 있다. 이 계약은 카타르 측에서 한국 조선 빅3의 도크를 확보하는 일종의 '가계약'으로 100척 이상 LNG선 수주를 빅3가 사이 좋게 나눌 지 장담할 수 없다. 발주시점이 2024년까지 돼 있지만 실제 일감이 언제 들어올 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노사 갈등은 카타르에게 '불확실성'으로 인식될 수 있다.

조선업 업황으로 볼 때도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 조선업계의 올해 1~5월 선박 수주량은 90만CGT(표준선환산톤수) 정도로 사상 최악이던 2016년 수준과 바슷하다. 글로벌 선박 발주도 마찬가지로 2016년 수준으로 추락했다. 코로나19(COVID) 확산 여파로 선주들이 발주를 미루고 있어 하반기에도 수주 증가를 장담할 수 없다. 노사가 싸우기에는 업황의 위기가 너무 엄중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로 특수 상황인데도 노조가 종전의 파업만 되풀이하면 노사 양측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다"며 "실적 추락은 곧 고용불안을 심화시킬 수 있어 노조의 명분도 없다"고 밝혔다.

지역 경제와 밀접한 민심도 이런 위기의 노조 파업을 절대 반가워하지 않는다.

하투(노동계 여름 투쟁)를 앞둔 자동차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한국GM 노조가 기본급 인상과 2000만원 이상의 성과급을 요구하기로 했다.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달라진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만 변하지 않는 것이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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