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1차 북미 정상회담, 정의용이 김정은에 먼저 제안"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회고록서 주장

"북미 외교 문제, 한국의 창조물…위험한 연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AFP 제공)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제1차 북미 정상회담의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한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아니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었다고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장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23일(현지시간) 출간되는 회고록인 ‘그 일이 벌어진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에서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은 정 실장이 그해 3월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성사됐다”며 이렇게 밝혔다.

회고록에 따르면 정 실장은 2018년 3월 백악관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김 위원장의 초대장을 전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순간 충동적으로 이를 수용했다고 한다. 다만 정 실장은 그런 초대를 하겠다고 김 위원장에게 먼저 제안한 사람은 자신이었다고 거의 시인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전했다.

정 실장은 특사 자격으로 평양에 다녀온 직후 미국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하고 나서 브리핑을 통해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 빨리 만나고 싶다고 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그해 6월 실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그런데 볼턴 전 보좌관은 정 실장이 먼저 김 위원장에게 정상회담을 제안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를 두고 “(북미 외교 문제는) 한국의 창조물이었다”며 “김 위원장이나 미국의 진지한 전략보다는 한국의 통일 어젠다와 보다 관련이 있었다”고 부연했다. 그는 “내 관점에서 보면 실질적인 내용이 아니라 위험한 연출이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한반도 종전 선언을 두고서는 “또 하나의 중요한 주제는 한국전에 대한 종전 선언이었다”며 “나는 처음에 종전 선언이 북한의 아이디어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이것이 자신의 통일 어젠다를 뒷받침하기 위한 문 대통령의 아이디어일 것이라고 의심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는 그 아이디어를 받아들이지 않을만한 또 하나의 이유였다”며 “실질적으로 종전 아이디어는 그것이 좋게 들린다는 점을 말고는 (채택할) 이유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볼턴 전 보좌관은 또 “북한은 종전 선언을 문 대통령이 바라는 것으로 보면서 자신들은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며 “그런데 왜 미국이 추진해야 하나”라고 했다. 이같은 배경 때문에 한반도 종전 선언은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는 게 볼턴 전 보좌관의 주장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