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에선 “여당도 야당에 양보할 건 양보해야” 목소리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경제난 극복을 위한 비상경제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
21대 국회가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를 논의하기는커녕 추경안을 심사할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표류하자 청와대가 직접 국회를 압박하고 나섰다. ‘키’를 쥔 미래통합당은 정부·여당의 ‘협치’ 의지 부족을 지적하며 원 구성 협상에 임하지 않고,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야당에 양보할 건 양보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국회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간 이견으로 3차 추가안의 국회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6월 통과가 무산돼서는 안되며, 비상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국민은 추경을 기정사실화하고 있고, 여야 이견도 크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청와대가 이날 브리핑에서 전했다.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추경이 늦어질수록 국민 고통이 커진다”며 “국회가 부디 6월 중 추경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주기를 간곡히 당부한다”고 했다.
3차 추경안은 앞선 1·2차 추경과 마찬가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비롯한 경제난을 극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정부는 코로나19발 경제 위기에 대응하고자 35조3000억원 규모의 1·2차 때보다 더 큰 3차 추경안을 마련해 지난 4일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마 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이 지연되면서 심의 자체가 늦어지고 있다.
문제는 원 구성 협상의 ‘키’를 쥔 통합당이 원내 지도부의 공백 속에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지난 15일 사실상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열고 법사위, 기재위, 국방위 등 주요 상임위 6곳의 위원장으로 자기네 당 소속 의원을 뽑은 것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했다.
이후 주 원내대표는 “사의를 철회하라”는 당 안팎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충북 보은군의 속리산 법주사에 머물고 있다. 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전날(20일) 법주사로 가서 주 원내대표와 만났으나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식의 뚜렷한 입장 표명은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연합뉴스에 “어제 내가 내려가서 (주 원내대표를) 만났다”며 “(국회 복귀는) 본인이 알아서 결정할 테니 기다려보시라”고 말했다. 이어 “일단 더는 여당하고 협상할 일은 없어져버렸다”며 “지금까지 해온 관행을 깨버렸으니까, 우리 나름의 대처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28일 청와대에서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오른쪽)와 만나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청와대사진기자단 |
사정이 이렇게 되자 여당 내부에서도 ‘야당에 양보할 건 양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민주당 4선 중진 정성호 의원은 SNS를 통해 “정치를 하면서도 내가 조금 손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양보하는게 대게 원만하고 순조로운 결과를 만들었다”며 “야당(통합당)도 그게(양보하는 게) 사는 길이다. 여당(민주당)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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