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비위 폭로했지만 민주당도 비판 "청문회는 안 나오더니, 돈 벌려고 책 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자신의 치부를 폭로하는 책 '그 일이 일어났던 방〈사진〉'을 쓴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해 "정신병자" "미친 자" 등의 강한 말로 비난했다. 트럼프 등 뒤에서 트럼프를 '거짓말쟁이'라고 욕한 것으로 책에 묘사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나도 그 방에 있었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볼턴은 완전한 거짓을 퍼뜨리고 있다. 그의 마지막 공식 역할은 미국을 해하는 반역자"라고 비판했다.
볼턴에 대한 싸늘한 시선은 트럼프와 폼페이오뿐만이 아닌, 워싱턴 정가의 초당적 반응이다.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18일(현지 시각) "워싱턴에 있는 모두가 볼턴을 싫어한다"고 보도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은 "반역과 사법 방해를 목격했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책으로 말하는 사람(볼턴)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긴 어렵다"고 했다.
민주당은 볼턴이 탄핵 심판 때 하원 출석 요청을 거부해놓고 뒤늦게 책으로 트럼프의 비위를 폭로한 것을 애국적이지 않다고 비난했다. 볼턴은 책에서 트럼프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중국의 (미국산) 대두·밀 수입 증가가 (미국) 선거 결과에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대통령 지위를 이용해 다른 국가를 선거에 개입하게 한 중대한 탄핵 사유일 수 있는데, 탄핵 청문회에 불출석한 볼턴이 이를 자신의 책에 실어 책을 팔려 했다는 것이다.
탄핵 조사를 주도했던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민주)은 볼턴에 대해 "가식적이고 뻔뻔하다"고 했다. 민주당은 볼턴을 비난하면서도 그를 의회로 불러 증언대에 세우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미 언론들도 혹평을 쏟아냈다. 뉴욕타임스는 볼턴의 책에 대해 "자만으로 가득 차 있고, 지루하며 어수선하다"고 했고, 워싱턴포스트(WP)는 "자기비판은 완전히 결여돼 있다"고 했다.
전직 연방검사인 엘리 호닉은 CNN 기고문에서 "볼턴은 현직에 있을 때 트럼프의 탄핵 사유가 될 만한 여러 행위를 직접 목격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의회가 증언을 간청할 때도 침묵을 지켰는데 지금 책을 홍보하고 있다"며 "그는 (트럼프의) 부패 조력자, 나라보다 자신을 우선시한 겁쟁이와 기회주의자의 전형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비난과 혹평에도 23일 출간 예정인 볼턴의 책은 예약 구매만으로 현재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있다.
[이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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