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정부의 북미 정상회담이 순전히 대한민국의 작품이거나, 한국 주도의 의제였다는 주장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북미관계에 관한 폭로가 담긴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이 미국서 논쟁을 일으키자 국내 관심도 높다.
미국에서 출간 예정인 이 책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 특히 북미관계 개선과 북미정상회담을 주요 에피소드로 다루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북한 등의 정상에 휘둘렸고 북미관계를 둘러싼 외교도 한국이 주도했지 미국에 대한 진지한 전략의 산물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워싱턴(미국)=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영빈관(블레어하우스)에서 폼페이오(왼쪽 세번째) 미 국무장관, 볼턴(왼쪽 두번째) 국가안보보좌관,해리스(왼쪽) 주한대사를 비롯한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9.04.11. pak7130@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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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청와대는 그러나 이 내용을 거론하는 것도, 평가하는 것도 자제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9일 기자들과 만나 볼턴 회고록 관련 "보도를 통해서만 알고있다"고 밝혔다. 이어 "따로 논의한 적이 없고 공식적으로 드릴 말씀도 없다"고 밝혔다.
우선 타이밍이 좋지않다. 남북관계가 급격히 얼어붙고 문재인정부 들어서 이룬 한반도평화의 성과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이런 때 트럼프 대통령을 맹비난하고 진위도 확인되지 않은 볼턴의 주장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
볼턴의 글을 글자그대로 읽으면 한국이 마치 한반도평화외교에 주도권을 행사한 듯 보인다. 하지만 볼턴의 초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에 무능했고 자신의 조언을 듣지 않았다는 취지다. 우리 정부로선 고약한 내용이다.
당장 미국에서도 볼턴과 그의 책 내용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일어나고 있다. 비판의 당사자인 트럼프 대통령은 '분노의 트윗'을 통해 볼턴이 거짓말을 하고있다고 반박했다. 미국 의회에선 민주, 공화 정당을 가리지 않고 볼턴에 대한 비난 목소리가 나왔다.
책이 정식 출간되기 전, 언론을 통해 일부 내용만 알려진 상황도 청와대가 신중모드인 이유다.
18일 CNN에 따르면 볼턴은 회고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외교를 '판당고'에 비유했다. 판당고는 남녀가 함께 추는 스페인 전통 무용이다.
볼턴은 "외교 판당고 전체는 한국의 창조물이었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나 우리(미국)에 대한 진지한 전략보다 한국의 통일 의제와 관련된 것이 많았다"고 쓴 걸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볼턴과 함께 2018년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나눈 방식도 조롱했다. 볼턴이 그런 내용을 책에 썼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조롱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또 볼턴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단독회담을 요청한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위를 맞춰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주장한다.
김성휘 기자 sunny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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