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서도 비슷한 얘기를 꺼냈다. 그는 “하루 이틀도 아니고 (윤 총장이 추미애) 장관하고 각을 세운 지가 얼마나 됐느냐. 그런 상황에서 행정이 제대로 돌아가겠느냐”고 말했다. 윤 총장의 임기가 내년 7월까지(2년) 보장돼 있다는 지적에는 “임기를 떠나 이렇게 갈등이 일어나면 물러나는 게 상책”이라고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설훈 최고위원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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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지도부에서 윤 총장의 거취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4월 20일 당 최고위에서 “언론에서 개헌이나 검찰총장 거취와 같은 이야기가 나오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코로나19 국난극복과 경제위기 타개라는 엄중한 상황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함구령’에도 여권에선 한명숙 전 국무총리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이하 ‘한명숙 사건’)을 고리로 윤 총장 압박에 더욱 나서고 있다. 한명숙 사건 수사 당시 검찰의 위증교사 의혹을 제기하는 진정이 지난 4월 법무부에 접수됐는데, 윤 총장이 이 진정건을 대검 감찰부에서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으로 배당한 게 ‘월권’이라는 게 여권의 주장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8일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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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장관은 전날(18일) 국회 법제사법위 전체회의에서 “감찰 사안인데도 마치 인권 문제인 것처럼 문제를 변질시켰다”고 했다. 추 장관은 이후 검찰에 “중요 참고인을 대검 감찰부에서 직접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2005년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이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을 불구속 수사하라고 지시한 이후 15년 만의 지휘권 행사다.
이날 민주당 비공개 최고위에서도 윤 총장에 대한 성토가 있었다고 한다. 설 최고위원이 이날 자신의 라디오 인터뷰 발언을 공유하자, 다른 최고위원들이 “진정서 사본을 갖고 재배당했다고 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검찰의 치부는 스스로 밝히는 게 개혁인데 이를 거부한 것 아니냐” 등 불만을 제기했다고 한다. 당 검찰공정수사촉구특위 위원장을 지낸 설 최고위원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추 장관이 들어서고 난 뒤 계속해서 윤 총장과 갈등관계에 있기 때문에 이걸 정리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날 18일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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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도 가세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쓴 ‘대검의 감찰무마 사건입니다’란 제목의 글을 통해 “검찰청법에 따른 감찰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법적 근거도 없는 비직제기구인 중앙지검 인권감독관에서 배당한 것이 배당권·지휘권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신동근 의원도 전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감찰 업무의 독립성을 위해 검찰총장의 업무 총괄에서 감찰은 제외한다는 내용의 법률안을 제출하겠다”고 공언했다.
“(현재)인권감독관은 윤석열 총장과 가까운 이른바 ‘특수라인’에 속해 있어서 윤 총장이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다”(김종민 의원)는 게 민주당의 논리다. “(진정 건을)조사할 사람이나, 조사받을 사람이나 한통속”이고 “그 연결점에 윤석열 총장이 있다”고 보는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의 주장과 유사하다. 황 최고위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한명숙 총리에 대한 위증교사의 공작이 벌어진 시기와 윤석열 총장이 대검 중수부에 근무하던 기간 사이에 겹치는 것이 있지 않은가”라고 썼다.
야당은 여당의 검찰총장 압박을 “법치의 부정이자 사법권에 대한 능멸”(황규환 미래통합당 부대변인)이라고 비판했다. 배준영 통합당 대변인은 이날 “국민은 윤 총장이 만일 사퇴하면 ‘조국 사태’, 윤미향 회계부정 의혹,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이 어떻게 될지 참 궁금하다”며 “대통령의 검찰 독립성 보장 공약이 여전히 유효한지 청와대는 답하라”고 논평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윤석열을 내치면) 다시 나라가 두쪽 날 것”이라며 “(그러면) 정권 붕괴의 서막이 열리는 셈”이라고 썼다.
하준호·김홍범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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