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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이슈 고유정 전 남편 살해 사건

"검사님 저 바보 아닙니다"…고유정, 믹서기·곰탕솥 사용 '계획 범죄' 전면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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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항소심 결심 공판서 계획적 범행 전면 부인

믹서기, 휴대용 가스버너, 곰탕솥 등 사건 개연성 부정

전남편 살해 당시 상황 계획적 아닌 우발적

검찰 "사형만으로는 형이 가벼운 것이 아닌지…"

고유정 "검사님, 저 그렇게까지 바보는 아닙니다"

아시아경제

20일 오후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1심 공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고유정이 교도소로 가는 호송차에 탑승하기 위해 제주지법에서 나오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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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전 남편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37)이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살해 정황 등에 대해서는 변명으로 일관했다.


특히 시신 훼손 과정에서 쓰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도구 등에 대해서는 그 정황과 구입 배경은 자신의 범행과는 전혀 연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범행에 쓰일 용품을 미리 준비하는 등 계획적 범행이 아니라는 기존의 주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고유정은 이날 자신에게 사형을 구형한 검찰에 대해서는 사건이 발생하던 당시 상황을 언급하며, 계획 범죄가 아닌 우발적으로 일어난 범행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17일 광주고법 제주재판부 형사1부(부장판사 왕정옥) 심리로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고유정은 범행 도구로 추정되는 물품 은 이 사건과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고유정은 휴대용 가스버너 등 사건 발생 당시 구입한 용품 배경을 묻는 재판부 질문에 "제가 물건을 한 번에 사는 습관이 있어 여러 개의 조리도구를 사게 됐다. 곰탕솥도 하나는 친정어머니가 쓸 수 있다 생각해 구입한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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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이 20일 오후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제주지법에 도착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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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가 언급한 물품은 고유정이 전남편인 강모(사망 당시 36)씨를 살해한 후 시신을 훼손하는 과정에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증거품들이다.


앞서 경찰은 고유정을 검거한 후 흉기와 믹서기, 휴대용 가스버너, 곰탕솥 등을 계획적 범행 증거품으로 확보한 바 있다.


특히 고유정은 믹서기에 대해서는 "홈쇼핑에서 구입했는데 (현)남편이 퇴직금을 받아 식당을 운영하겠다는 꿈이 있어 제가 요리솜씨가 있는 걸 알고 조리를 맡을 경우를 대비해 구입했다"고 설명했다.


고유정의 답변에 재판부는 다시 "물품을 범행에 사용했느냐"고 묻자 고유정은 "절대 그것들은 범행에 사용되지 않았다"며 "(검거 당시) 차안에 각종 물건이 많았던 것도 내가 차를 (현)남편과 싸운 후 일종의 안식처로 여겼기 때문"이라고 완강하게 부인했다.


사건 발생 당시 정황에 대해서도 고유정은 우발적임을 거듭 강조했다. 재판부는 당시 상황은 수박을 자르던 상황이었는데, 수박이 왜 그대로인 상태로 발견됐느냐는 취지로 질문했다.


이에 고유정은 "펜션에서 수박을 자르려고 하는데 아이 아빠가 다가왔다"며 "재판장님도 아실거다. 전 남편이 마지막으로 통화한 사람은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중국여자다. 통화가 무엇을 떠올리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접촉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는 보수적인 여자여서 그런지 모르겠다. 그런 전 남편의 접촉 시도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면서 "저를 큰 몸으로 제압했고, 그가 집중하는 사이에 손에 잡힌 칼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고유정은 최후 진술을 통해 "저는 ○○이(의붓아들)를 죽이지 않았다. 집 안에 있던 2명 중 한명이 범인이라면 상대방(현남편)일 것"이라면서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죽으려고도 해봤지만 그래도 살아남은 것은 남은 '애새끼'가 있기 때문이다. 죽어서라도 제 억울함을 밝히고 싶다. 믿어 달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다만 전 남편과 유족을 향해서는 "사죄드린다. 죄의 대가를 전부 치르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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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37)에 대해 검찰이 20일 제주지법에서 열린 고씨의 결심공판에서 사형을 구형했다.사진은 지난해 9월 세번째 재판을 받기 위해 제주지법에 도착한 고유정.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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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대해서는 적개심을 드러냈다. 고유정은 "검사님, 저 그렇게까지 바보는 아닙니다"라면서 "법원이 다 알고 있는 면접교섭권이 진행되는 동안 나보다 힘이 센 사람(전 남편)을 흉기로 죽일 계획을 세우는 것은 비상식적이며, 전 남편이 원하지 않는 (성) 접촉을 해 일이 벌어졌다"며 계획 범죄가 아닌 우발적 범행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고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고씨가 아버지 앞에서 아들을, 아들 앞에서 아버지를 살해하는 연쇄살인 범죄를 저질렀다"면서 "범행 수법이 지나치게 잔혹하고 지난 공판동안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는 점 등을 종합해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구형 사유를 밝혔다.


검찰은 "피고인에게 사형만으로는 형이 가벼운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고씨는 지난해 5월25일 오후 8시10분에서 9시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펜션에서 강모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후 바다와 쓰레기 처리시설 등에 버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고씨는 같은 해 3월2일 충북 청주시 자택에서 침대에 엎드린 자세로 자고 있는 의붓아들의 등 위로 올라타 손으로 피해자의 얼굴이 침대에 파묻히게 눌러 살해한 의혹도 받고 있다.


고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은 7월15일 열릴 예정이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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