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장관 전격 사의 표명 파장 / 북한의 도발 징조는 일찌감치 감지돼 / 文, 남북협력 제안… 관계개선 등 시도 / 통일부 차원선 사업구체화 노력 안 해 / 여권 인사 “정치인 출신을 통일 장관으로” / 軍 ‘北 폭약 운반 조짐’ 포착에도 靑 안일 / 정치권 “인적쇄신 통해 전열 재정비를” / 김홍걸 “김정은 친서 왔을 때 실기 유감”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서훈 국정원장이 2018년 9월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외교·안보 장관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17일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사의 표명을 계기로 문재인정부의 외교안보라인 교체 여부가 주목된다. 여권 내에서는 최근의 남북관계 악화 배경으로 현 외교안보라인의 소극적 정책과 정보판단 미숙 등을 지목하는 목소리가 높다. 인적쇄신을 통해 다시금 전열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북한의 도발 징조는 일찌감치 감지됐다. 북한이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을 때부터 외교가에선 “북한의 조짐이 심상찮다”는 경고음이 나왔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남북협력 제안을 던지며 관계 개선을 시도했지만, 통일부 차원에서 대북사업을 구체화하는 모습이 없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기자실을 찾아 최근 남북관계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여권 인사들은 김 장관과 통일부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자세를 비판하면서 정치인 출신 장관으로 교체해 대북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이날 세계일보 기자와 만나 “대북 제재에 영향을 받지 않는 한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남북 교류·협력사업을 밀고 나갔어야 했는데 김 장관은 그 부분에서 너무 미진했다”며 “단순히 김 장관의 문제가 아니고 통일부 공무원들의 안일한 자세가 빚은 일이다. 정치인이 장관으로 가서 정무적으로 밀어붙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떠나 청와대 외교안보라인도 남북관계 악화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분위기다.
북한이 이상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도 정보를 낙관적으로 분석하면서 사태를 관망하기만 하다가 일을 키웠다는 것이다. 16일 북한의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와 관련한 청와대의 움직임은 그 일면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이 지난 16일 오후 2시 50분경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북한이 13일부터 개성 연락사무소 일대에서 차량을 통해 폭약을 운반하는 움직임을 우리 군이 포착했는데도 폭파 당일인 16일 청와대는 “남북 정상회담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현실과 동떨어진 입장을 내놨다. 또 16일 오후 3시 문재인 대통령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배석한 가운데 캐나다, 이집트 등 5개국 신임 대사 신임장 수여식을 진행했다. 북한은 당일 오후 2시50분 개성공단 연락사무소 폭파를 감행했다. 정부 외교안보라인이 북한 정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거나 북한의 의도를 오판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당시 김연철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연락사무소 폭파와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에 “일단 예고된 부분이 있다”고 답변했지만 지금까지의 대응 과정을 살펴보면 북측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느냐는 의구심이 든다는 지적이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인 민주당 김홍걸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개최한 긴급 전문가 간담회에서 “3월 코로나19 사태 관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왔을 때 기회를 잡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며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외교안보 당국자들의 노력과 성과가 충분하다고 보는 국민이 많지 않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새 출발 차원에서 변화도 있어야 한다”면서 외교안보라인 교체 필요성을 제기했다.
박현준·백소용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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