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C 웨비나, 전문가들 지금 북한 어떻게 보나
"文, 북한 달랠 방법 더는 없어, 10월 도발 대비해야"
"가부장적 북한 사회, 김여정이 리더 되는 것 불가능할 것"
지난 8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대남 규탄 시위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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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한반도 위기를 조성하려고 결정한 이상, 문재인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문재인 정부에 더 강한 압력을 가해 미국과 분리되게 만들고 제재 완화를 하는 것이 북한의 목표다.”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관 출신인 수미 테리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15일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유튜브 계정을 통해 생중계된 웨비나(웹+세미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북한을 달래려고 하겠지만 깡패를 달랠 수는 없다. 깡패에게 돈을 줘봤자 더 달라고 할 뿐”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여당(與黨)에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금강산·개성공단 제재 예외 촉구,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추진 등의 주장이 쏟아진 것과 정반대였다.
수미 테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 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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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조선일보와 아산정책연구원이 ‘북한 김여정: 새로운 역할은?’을 주제로 개최한 두 번째 ALC 웨비나에서는 최근 북한이 대남 강경 메시지를 내놓고 있는 이유가 집중 논의됐다. CIA 분석관 출신으로 김정은의 승계 과정을 집중 탐구한 책 ‘김정은 되기’(Becoming Kim Jong Un)를 집필한 정 박(박정현)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와 작년에 김정은 일가의 비사(秘史)를 담은 평전 ‘마지막 계승자’(The Great Successor)를 펴낸 애나 파이필드 워싱턴포스트 베이징 지국장이 통찰력 있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국 측에서는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이 참석하고 강인선 조선일보 외교안보·국제 에디터가 사회를 맡았다.
정 박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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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석좌는 “김정은이 어렸을 때 나이 많은 부하 직원을 발로 찼다는 기록도 있고 80대, 90대 어르신들에게 강한 언사를 내뱉았다는 기록도 있다”며 “꾸준히 그런 성격으로 자랐기 때문에 김정은은 악당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나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달래려고 애쓰는 것은 김정은에게 굉장히 익숙한 일”이라며 “나이가 많은 문재인 대통령 상황이 얼마나 나쁘든 자신과 대화하려고 노력하는 데도 김정은은 익숙할 것”이라고 했다.
박 석좌는 “김여정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혈연 이데올로기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본다”며 “김여정이 후계자 교육을 받고 있다고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이 후계자 교육 과정을 밟고 있던 2010년 천안함을 폭침했고 연평도 포격도 있었다”면서 “이는 외교와도 관련이 있는 행동”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 석좌는 “(강압 외교와 무력 행동이란) 두 가지가 후계자 교육에 있어서 중요하다. 김정은은 김여정이 이런 행동을 연습하길 바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애너 파이필드 워싱턴포스트 베이징 지국장 |
반면 파이필드 지국장은 “김여정이 젊은 여성으로서 리더가 되는 것은 북한의 가부장 사상에 맞지 않는다”며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파이필드 지국장은 “북한 정권은 항상 혈연 위주로 운영되는데 그런 면에서 현재 북한에서 리더가 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기 때문에 대체재가 없다는 점에서 김여정이 맡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김여정이 능력을 입증하는 것, 특히 대남 능력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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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부원장은 “김정은이 김여정에게 이런 역할을 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김정은이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부원장은 “김정은은 ‘한국은 내 여동생 정도가 상대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김정은은 자신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같은 급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부원장은 또 “현재 한국 정부는 남북 협상을 재개하려고 굉장히 필사적인 입장”이라며 “북한은 한국을 원하는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신경 쓰지 않을 텐데 한국 정부의 행동이 불행하게도 그런 북한의 믿음을 확인시켜 주고 남북 간의 위계 구조를 고착시키고 있다”고 했다.
테리 연구원은 “김정은의 건강 이상설이 아직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김여정의 역할은 커질 것이라고 본다”면서 “왜 김정은이 4월 15일 김일성 생일에도 나타나지 않고 4월 11일 이래 지금까지 단 세 차례만 공식석상에 나왔는지 아직 답을 얻지 못했다”고 했다.
지난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판문점 평화의집을 찾은 김정은과 김여정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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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은 지난 13일 담화에서 “곧 다음 단계의 행동을 취할 것”이라며 “대적(對敵) 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 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고 했었다. 이와 관련 앞으로 어떤 전개가 이뤄질지 논의가 있었다.
박 석좌는 “미국이 대북 제재를 중단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며 “김정은 입장에서도 실패로 끝난 하노이 회담 이후 또 다른 회담을 하는 것은 부담이 크기 때문에 대남 강경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테리 연구원은 “북한은 2017년과 닮은 도발 정책을 다시 펼쳐 국내적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미국 대선을 앞두고 굳이 핵무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하지는 않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도발행동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김정은이 잠수함발사미사일을 보여준다든가 핵무기와 관련된 기술이 이제 충족됐다는 것을 트럼프의 레드라인 안에서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최 부원장은 “북한이 미국 대선을 앞둔 10월쯤 비무장지대(DMZ)나 북방한계선(NLL) 안에서 도발에 나설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든 미국에 보여주기 가장 좋은 시기가 10월”이라고 말했다. 최 부원장은 “북한의 도발은 6월 말부터 점점 커질 것이므로 한·미도 군사적 대비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파이필드 지국장은 “김정은이 보이지 않을 때도 미국과 중국이 대화하지 않는다”면서 “미·중은 서로 우려하는 상황에 대해 대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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