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앞에선 보고 못하나, 무슨 뜻인가" 야당 반발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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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정의기억연대(정의연·옛 정대협) 회계부정과 관련해 야당에 ‘몰래 보고’를 시도했던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차마 발이 안 떨어진다”며 예정된 시각에 나타나지 않다가, 취재진이 사라진 이후 슬그머니 돌아와 미래통합당 의원에게 “이제 보고하겠다”고 요구한 것이다. 야당은 “여가부가 정의연과 관련한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장관은 취재진을 피해 다니며 ‘도둑 보고’에 나선 배경이 의심스럽다”며 반발했다.
미래통합당 ‘윤미향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국회 의원회관 통합당 곽상도 의원실에서 정의연 회계부정 의혹과 관련한 이 장관의 보고 일정이 잡혀있었다. 사전에 여가부 측과 협의된 일정으로, 이날 이 장관 뿐만 아니라 여가부 간부들도 국회에 동행했다. 하지만 예정된 시간에 이 장관은 나타나지 않았고, 통합당 곽상도· 김병욱·김은혜·양금희·전주혜·황보승희 의원 등은 현장에서 40여분간 기다리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가부 관계자는 통합당 측에 전화를 걸어 “장관님이 복도에 카메라가 많은 것을 보더니 차마 발이 안 떨어진다고 하십니다”고 전했다. 곽 의원은 모여있던 취재진에게 “이 장관이 보고장소까지 바꿔가면서 안 올 핑계를 찾더니 이제는 못 오겠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취재진은 이 장관이 국회보고를 ‘바람 맞힌 것’으로 알고 현장에서 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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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무렵 이 장관은 돌아간 것이 아니라, 다른 층(層)휴게실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는 취재진이 흩어지자, 예정된 보고시각보다 50분 뒤에 수행원들을 이끌고 곽상도 의원실로 들이닥쳐 “지금부터 (정의연과 관련한) 보고를 할 것”이라고 했다. 곽 의원은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면담은 어렵다”면서 이 장관과 여가부 간부들을 돌려보냈다.
통합당 ‘윤미향 TF’는 추후 이 장관의 보고일정을 다시 잡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황보승희 의원은 “여가부 장관이 카메라 앞에서는 윤미향과 관련한 보고를 할 수 없다는 것이 무슨 뜻이냐”라며 “국민들 눈만 가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발상 자체가 놀랍다”고 했다.
앞서 여가부는 “공정한 업무수행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며 국회에서 요구하는 정의연 관련 자료제출을 모두 거부했다.
[김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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