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우한연구소 연구진 “‘고양이 약’, 코로나 치료제 가능”… 美 개발사 FDA 임상 추진

‘고양이 전염성 복막염’ 치료제, 바이러스 복제 관여 ‘프로테아제’ 억제 효능 확인

고양이 전염성 복막염(FIP) 치료제 ‘GC376’ 소개 이미지. /애니바이브 라이프사이언스(Anivive Lifesciences) 홈페이지 캡처.

고양이가 걸리는 질병인 ‘고양이 전염성 복막염(FIP)’의 치료제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에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중국 연구진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칭화대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진은 FIP의 치료제 ‘GC376’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상호작용을 연구해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8일(현지시각) 의학 사전논문사이트 메드아카이브(medRxiv)에 발표했다.

FIP는 고양이가 FIP 바이러스에 감염돼 걸리는 병이다. FIP 바이러스는 돌기 구조를 가진 코로나 바이러스 계열로 분류된다. 사람이 걸리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중후군),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물론 고양이, 돼지, 소를 감염시키는 다양한 코로나 바이러스들은 공통적으로 바이러스 복제 기능을 가진 ‘프로테아제’를 지니고 있다.

GC376은 FIP 바이러스의 프로테아제를 비활성화함으로써 바이러스 복제 능력을 억제하는 효능이 있다. 때문에 ‘프로테아제 억제제’라고 불린다. 학계에서는 이 약물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복제도 비슷한 방식으로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GC376을 개발·생산하고 있는 미국 동물 헬스케어 기업 ‘애니바이브 라이프사이언스(Anivive Lifesciences)’는 지난달 26일 이 약물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을 위한 ‘임상 신청 전 사전 회의(pre-IND)’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청했다고 밝혔다. 애니바이브 관계자는 "GC376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가진 프로테아제의 복제 기능을 억제한다는 걸 여러 연구결과가 보여주고 있다"며 "우리는 임상시험에 진입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중국 연구진의 실험결과는 애니바이브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연구진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복제 기능을 수행하는 프로테아제 ‘앰프로(Mpro)’와 GC376의 상호작용을 실험실에서 연구했다.

연구진은 우선 앰프로와 GC376이 서로 잘 결합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열 변화 평가법(TSA)’을 활용했다. TSA는 물질들이 서로 결합하면 녹는점 등의 열 특성이 변한다는 원리를 이용해 두 물질이 서로 잘 결합했는지 확인하는 방법이다. 물에 소금물이 섞이면 원래보다 더 낮은 온도에서 얼고 더 높은 온도에서 끓는 것과 비슷하다.

실험결과 앰프로는 GC376 물질과 결합한 후 녹는점이 섭씨 영상 50.87도에서 55.23도로 약 4.36도 상승했다. 연구진은 "이는 다른 대조군 약물들과의 결합 실험에서는 볼 수 없는 유의미한 온도 변화"라며 "앰프로와 GC376이 직접 결합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어지는 실험을 통해 1.5μM(마이크로몰농도·100만분의 1몰농도) 만큼의 GC376가 앰프로의 활성을 50% 이상 억제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100μM에서는 거의 100% 억제했다. 몰농도는 물(용매) 1L당 녹아있는 물질 분자의 개수를 의미하는 것으로, 미세한 농도를 측정·표현하는 단위로 쓰인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GC376이 효능 있고 안전한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임을 보여준다"고 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프로테아제와 FIP 치료제 GC376이 분자 수준에서 결합한 것을 나타낸 그림. /메드아카이브(medRxiv)

김윤수 기자(kysm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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