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고용위기와 한국경제

이태원 클럽發 재확산에 5월 서비스업 취업자 '뚝'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태원 클럽, 쿠팡·마켓컬리 물류센터 등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추가 확산에 따라, 5월 취업자수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자수 감소는 도·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 협회 및 단체 등 서비스업이 이끌었다.

통계청은 10일 발표한 ‘2020년 5월 고용동향’에서 지난달 취업자가 2693만2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만2000명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3~4월에 이어, 3개월 연속 감소세다. 취업자 수가 석 달째 줄어든 건 2009년 10월부터 2010년 1월까지 4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걸은 지 10년 4개월만이다.

조선비즈

서울의 한 구청에서 진행된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통합모집 행사에서, 많은 노인들이 신청서를 작성하기 위해 행사장을 찾았다. /조선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산업별로는 외국인 관광객이 줄고 여행 수요가 감소하면서 숙박 및 음식업 취업자 수가 지난해 5월에 비해 18만3000명(7.9%) 줄어든 213만6000명을 기록했다. 도소매업은 18만9000명(-5.1%), 협회·단체, 수리 및 기타개인서비스업은 8만6000명(-6.8%), 교육서비스업은 7만명(-3.7%)씩 줄었다. 제조업과 건설업도 각각 5만7000명(-1.3%), 6만1000명(-3.0%)씩 감소했다.

이러한 현상은 이태원 클럽과 쿠팡 등을 중심으로 재확산이 우려되면서, 단체 활동 자제와 물류센터 폐쇄 등 ‘생활 속 거리두기’가 강화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7일 첫 확진자가 나온 뒤, 현재까지 이태원 클럽발(發) 확진자는 총 227명으로 늘었다. 이태원 클럽 사태 이전까지 확진자 수는 한 자릿수로 내려가는 등 안정세를 보여왔다. 여기에 쿠팡과 마켓컬리 등 온라인 쇼핑 업체들의 물류센터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면서, 감염 불안감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이 서비스업에 영향을 미쳤다.

반면 노인 일자리와 관련이 있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13만1000명)을 비롯해 예술·스포츠 및 여가관련 서비스업(2만8000명), 농림어업(5만4000명) 등은 취업자가 늘었다.

문제는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멈춰 있던 노인 일자리 사업을 재개했지만, 취업자 수 급감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노인 일자리로 늘어나는 취업자 수에 비해 코로나19 쇼크로 사라지는 일자리가 더 많다는 의미다.

연령별로 봤을 때 지난달 60대 이상 취업자수는 30만2000명 늘었다. 노인 일자리 사업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노인복지법 제23조에 따라 공익형 노인 일자리 사업은 만 65세 이상부터 일을 할 수 있다.

다만, 경제의 허리인 40대 일자리는 18만7000명 감소했다. 20~30대 취업자도 각각 13만4000명, 18만3000명 줄었다. 노인 일자리수 증가에 비해 20~40대 일자리가 사라지는 폭이 더 커 효과를 상쇄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생활 속 거리 두기로 그동안 멈춰있던 노인 일자리 사업이 절반 이상 재개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현재 60대 이상을 제외하면 취업자수가 모두 감소했다. 그동안 청년층(20~29세)이 취업자수 증가를 견인해왔지만 경기 침체, 채용 연기 등으로 청년층의 고용 시장 진출이 지연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통계상 취업자로 분류되지만 직무를 중단한 일시휴직자는 102만명으로 전년대비 68만5000명 늘었다. 통상 ‘일시휴직자’는 휴직 사유가 해소될 경우 일반적인 취업자로 복귀하지만, 향후 고용상황이 더욱 악화될 경우 실업 또는 비경제활동인구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인 일자리 사업은 통계적 수치를 덜 악화된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취업자수가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경제가 침체된 상황이라는 것"이라며 "노인과 관련된 정책은 소득이 낮거나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지원하는 복지 정책으로 전환하고, 일자리 사업은 청년이나 가정경제를 책임지는 40~50대를 중심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올해 취업자 수는 2010년 1월(-1만명) 이후, 1월(56만8000명), 2월(49만2000명)까지 오름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우리 경제를 본격적으로 할퀸 지난 3월부터 취업자 수가 줄면서, 10년 2개월 만에 내림세로 전환됐다. 지난 4월(-47만6000명)에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끝자락인 1999년 초 이후 최대 감소 폭을 보이기도 했다.

세종=박성우 기자(foxpsw@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