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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대산업개발, 아시아나항공 인수 원점 재점검 요청

노컷뉴스 CBS노컷뉴스 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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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대산업개발, 아시아나항공 인수 원점 재점검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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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의지는 변함 없어"
CBS노컷뉴스 김연지 기자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조건을 원점에서 재검토 해달라고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 등에 요청했다. 계약 이후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가 4조 5천억원 넘게 늘어난데다 코로나19 여파로 영업실적 등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9일 HDC현대산업개발은 이같은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면서도 "한국산업은행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음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인수상황 재점검·인수조건 재협의 등 한국산업은행 및 계약 당사자들 간의 진정성 있는 노력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성공적으로 종결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표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이 HDC현대산업개발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사를 명확히 하라고 촉구한 데 따른 것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12월 미래에셋대우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섰다.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구주를 3228억원에 사들이고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 2조 1772억원어치를 사들이는 방식의 계약이었다. 현대산업개발과 금호산업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6개월 뒤인 오는 27일까지 거래를 마치기로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이 경영난에 빠지면서 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4월 7일로 예정된 1차 유상증자 납입일이 연기됐고, 4월 30일로 예정된 구주 인수일도 미뤄졌다.

현대산업개발은 이날 공식 입장을 통해 "인수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고 인수가치를 훼손하는 여러 상황들에 대한 재점검 및 재협의를 위해 계약 상 최종기한일(Long Stop Date) 연장에 공감한다는 의사를 채권단 측에 회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수 계약 체결일 이후 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인수에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인수 가치를 현저히 훼손하는 여러 상황들이 명백히 발생되고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현대산업개발 측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이 계약 체결 당시와 비교해 2019년말 기준 2조 8천억원의 부채가 추가로 인식되고 1조 7천억원 추가 차입으로 부채가 4조 5천억원 증가됐다.

부채비율은 올해 1분기말 현재 계약 기준인 전년 반기말 대비 1만 6126% 급증했다. 자본총계는 올해 1분기말 기준 전년 반기말 대비 1조 772억원 감소해 자본잠식 경고등이 켜졌고, 순손실도 8천억원 이상 확대됐다.


현대산업개발은 "3월 공시된 2019년 감사보고서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외부감사인이 아시아나항공의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해 부적정 의견을 표명함에 따라 이번 계약상 기준인 재무제표의 신뢰성 또한 의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4월 사전동의 없이 다음날 이사회에서 본건 추가자금 차입을 승인했으며, 같은 달 24일에는 법률적 리스크가 상당한 부실계열사에 대한 총 1400억원 지원도 통보했다"고 지적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의지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계약 체결일 이후 발생한 상황에 대해 자료의 제공 등을 요청했으나 받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현대산업개발은 "4월 이후 두 달 간 약 11회에 이르는 공문 등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태 및 전망, 기존 재무제표와 계약 이후 재무상태 간 괴리, 차입금 사용 용도, 차입 조건 등 인수상황 재점검과 재협의를 요청했으나 공식적인 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최근 아시아나항공의 추가자금의 차입, 부실계열사 자금지원, 정관변경, 임시주주총회 개최 등 독단적인 의사 결정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현대산업이 명시적인 부동의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아시아나항공이 이 같은 절차를 강행했다는 설명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앞서 몇 가지 전제 조건을 제시했다.

현대산업개발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작성된 재무제표, 계속기업 존속 방안 , 중대한 상황에 대한 합리적 재점검, 인수조건 재협의 등을 제안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인수거래 종결기한 연장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의 계약상 진술보장 위반, 확약 불이행 등에 다른 책임 면제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만약 현대산업개발과 채권단 간 이견으로 인해 인수가 중단될 경우 아시아나항공을 포함한 금호그룹 전체는 채권단 관리로 넘어가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주회사인 금호고속도 이미 자회사인 금호산업 보유지분 등을 담보로 산은에 빌린 돈을 갚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부실이 커질 대로 커진 금호그룹에 천문학적인 정책자금이 쓰여야 하는 만큼 그간 매각을 주도해온 산은의 책임론도 불거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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