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예산 삭감하라' '경찰 폐지하라' 구호 새롭게 부상
7일(현지 시각) 미 워싱턴DC 백악관 인근 도로에 그려진 '경찰 예산 삭감하라(Defund the Police)' 구호.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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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과 폭스뉴스 등 미국 언론들은 7일(현지 시각) 지난 주말 미 전역에서 일어난 시위에서 대표 구호로 떠오른 ‘경찰 예산 삭감하라’ ‘경찰을 폐지하라’에 대해 주목했다. 백악관 인근 라파예트 광장 앞 16번가에 노란색 페인트로 ‘흑인 목숨도 중요하다’는 문구가 새겨진 곳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이날 ‘경찰 예산 삭감하라’란 문구도 새겨졌다. ‘흑인 목숨도 중요하다’ 문구와 ‘경찰 예산 삭감하라’는 문구 사이에는 등호(=)가 그려졌는데, 이는 흑인 목숨이 중요하다는 것은 곧 경찰 예산을 삭감하라는 메시지와 같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미 곳곳에서는 경찰 예산을 줄여야 한다는 청원과 서명운동 등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시민자유연합(ACLU)는 ‘경찰의 돈을 뺏어서 흑인 사회에 투자하자’는 내용의 청원에 5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도 흑인 인권단체들이 경찰 예산을 줄여 의료·교육 등에 지출해야 한다는 청원 운동을 하고 있다.
폭스뉴스는 “이는 아직까지 명확한 정의가 없는 구호”라며 “어떤 이들은 경찰 예산을 전용해 가난을 완화하고 범죄를 줄이는 방안을 찾자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하는 반면, 어떤 이들은 경찰 조직의 완전한 폐지를 뜻한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CNN은 “미국인들 중에는 경찰이 없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들은 경찰의 잔인성, 인종적 차별에 대한 해결책은 경찰에 대한 예산 지원을 끊고, 대신 지역사회에 예산을 돌려 치안 유지 활동을 하게 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블랙라이브스매터스 운동의 공동 창립자인 패트리스 컬러스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는 소외된 지역 사회의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해 경찰 자금을 재배치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법 집행 기관(경찰)의 힘을 줄이고, 이를 그동안 경찰에 의해 심하게 (권리를) 침해받아온 흑인 사회에 재배치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수 의견이지만 경찰 조직의 해체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경찰 없는 세상’이란 단체는 “경찰 조직을 완전히 해체하고 이를 지역 사회 안전 및 분쟁 해결 시스템으로 대체하는 게 목표 중 하나”라고 했다.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곳인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의 지역시민단체 MPD150는 경찰 조직의 해체를 주장한다. MPD150 측은 “우리 지역의 일에 대응하는 이들은 총으로 무장하는 낯선 사람보다는 사회복지사와 정신 건강 상담사 등 눈에 잘 안 띄는 전문인력들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경찰의 치안유지 활동을 줄이면 오히려 범죄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 자료 등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뉴욕경찰청 보고서에 따르면, 2014~2015년 몇주간 뉴욕 경찰은 의도적으로 ‘적극적 치안 유지 활동’을 철회했는데, 이때 범죄 건수는 현해보다 2100건 정도 줄었다.
경찰력을 약화하는 것에 대한 논의는 미국 일부 도시에서 이미 시작됐다. 미니애폴리스의 스티브 플레처 시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미니애폴리스 경찰서를 해체하고 지역 중심의 비폭력 공공 안전과 홍보 역량을 갖추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우리는 (경찰 예산 대신) 문화적 역량과 정신 건강 교육, 갈등 해결에 투자할 수 있다”고 했다.
6일(현지 시각) 미국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에서 열린 집회에서 시위대가 '경찰 예산 삭감하라(Defund Police)' '흑인을 보호하라(Defend Black)'가 써진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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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경찰 개혁 요구에 일부 도시들은 응답하고 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이날 뉴욕 경찰의 예산 삭감을 약속했다. 뉴욕시의 내년 경찰 예산은 약 60억달러(약 7조2000억원)이다. 더블라지오 시장은 경찰 예산 일부를 청년 서비스와 사회복지 등으로 돌릴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4일에는 에릭 가세티 로스앤젤레스 시장이 경찰 예산을 최대 1억5000만달러(1830억원) 삭감하겠다고 밝히고, 이를 포함해 총 2억5000만달러(3050억원)의 지원을 마련해 흑인 등 취약 계층을 돕는데 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구호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조 바이든과 극단적 좌파 민주당 인사들은 경찰 예산 지원을 끊기를 바란다”며 “나는 훌륭하면서 충분한 자금을 지원받는 법 집행을, 법과 질서를 원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서도 민주당이 경찰 조직을 없애려 한다는 식의 주장을 해왔다.
[이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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