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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미국 전역으로 퍼지는 평화 시위…병력 철수·국제 연대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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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플로이드 사망’ 항의 시위 확산]

노스캐롤라이나 주, 공공시설 조기 게양 방침

워싱턴DC 주방위군 이르면 월요일 철수키로

LA서는 한인 주도 항의 집회, 800여명 참가

영국, 프랑스, 호주, 일본서도 항의와 추모

트뤼도 총리는 예고없이 집회 참석해 ‘무릎꿇기 동참


한겨레

5월25일(현지시각)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고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유럽과 캐나다 등 세계 곳곳에서 인종차별 철폐를 촉구하는 평화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왼쪽부터) 6일 독일 베를린 시위에서 한 소녀가 ‘숨을 쉴 수 없다’는 구호가 적힌 마스크를 쓰고 있다. 4일 네덜란드 네이메헌 시위에서 한 여성이 ‘우리가 평등해질 때까지 자유는 없다’고 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영국 런던 시위에서 한 남성이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금색 해시태그가 박힌 검은 마스크를 쓰고 있다. 베를린 런던 네이메헌/AP AFP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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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각) 인구 5만의 작은 도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래퍼드에 3만~4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경찰 과잉 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고향과 맞닿은 래퍼드에서 열린 그의 두 번째 추모식에 참가하는 행렬이었다. ‘숨을 쉴 수 없다’는 문구가 쓰인 검은 티셔츠를 입은 이들이 열명 씩 짝지어, 플로이드의 시신이 안장된 금색 관을 보고 기도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 로이 쿠퍼는 이날 주내 공공시설에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조기 게양을 지시했다. 근처 마을에서 온 에릭 카를로스는 <에이피>(AP) 통신에 “나였을 수도, 내 형제, 내 아버지였을 수도 있다”며 “처음에 정말 무기력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 주말 미 전역서 항의…평화 시위에 워싱턴 주둔 군 철수키로

플로이드 사망 12일째에 접어든 지난 주말, 두 번째 추모식과 함께 미국 전역에서 대규모 항의 및 인종 차별 반대 시위가 열렸다. 시위는 폭력성이 확연히 줄어 평화적인 양상으로 바뀌었고, 경찰의 폭력성을 줄이자는 제도 개혁 목소리가 커졌다.

이날 수도 워싱턴에서 미국 내 가장 큰 규모의 시위가 평화적으로 진행됐다. 1만여명이 넘는 인파가 백악관과 링컨기념관, 국회의사당, 국립 흑인역사문화박물관 앞을 가득 메웠다. <워싱턴 포스트>는 백악관 앞 집회에 많은 시민이 몰려 “옆 사람과 거리가 1인치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평화 시위 분위기가 자리 잡으면서, 워싱턴디시에 투입된 주 방위군 수천 명이 8일 철수하기로 했다. 윌리엄 워커 워싱턴디시 주방위군 사령관은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워싱턴디시에 파병됐던 약 4천명의 주 방위군이 이르면 월요일 철수한다”고 말했다.

뉴욕에서는 시위자들이 통행금지 시간인 저녁 8시가 지난 뒤에도 맨해튼 시내를 행진했다. 경찰은 일부러 못 본 체함으로써 이들의 시위에 함께했다. <시엔엔>은 한 경찰관이 밤 11시께 시위대에 합류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한인 주도로 아시아·태평양 주민 모임이 주최한 항의 시위가 열렸다. 집회에는 흑인과 백인, 히스패닉계 등 800여명이 참여했다. 한 한인 청년은 “우리도 흑인과 마찬가지로 미국에 사는 소수민족의 일원”이라며 “이번 사건에 항의하는 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야간에 폭죽을 터트리는 등 폭력적 양상을 보이면서, 경찰과 시위대가 밤늦게까지 대치를 이어가기도 했다.

미국의 이번 항의 시위는 미국 역사상 가장 광범위한 지역에서 집회가 이뤄진 사건으로 집계됐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다. 이 언론 자체 분석 결과 이번 사건은 시위 발생 지역 수를 기준으로 역대 최다(650곳)였던 2017년 1월 ‘여성 행진’(우먼스 마치) 시위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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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현지시각) 조지 플로이드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뉴욕의 브루클린 다리를 건너 행진하고 있다. 뉴욕/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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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아시아·오세아니아 등 연대 시위…캐나다 총리 무릎 꿇기 동참

전 세계 각지에서 연대 시위도 확산하고 있다. 미주, 유럽을 거쳐, 아시아와 오세아니아에서 플로이드의 죽음에 항의하고 미국의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유럽에서는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폴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등의 대도시에서 집회가 열렸다. 영국 런던의 의회 광장에 수천 명이 집결했고, 참가자들은 한쪽 무릎을 꿇은 채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1분 묵념’을 했다. 프랑스에서도 파리와 릴, 낭트, 보르도 등에서 인종 차별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일본에서는 도쿄도 시부야 역 앞 광장에 시민 500여명이 모여 인종 차별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미국 경찰의 무자비한 대응을 비판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시드니와 멜버른, 브리즈번 등 주요 도시에서 시위가 일어났다. 이곳에서는 지난 1일 17살 원주민 소년이 경찰에 부상당하면서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이날 오타와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예고 없이 등장해 ‘무릎 꿇기’에 동참했다. 트뤼도 총리는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의 시위대 폄훼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은 뒤 21초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트뤼도 총리는 한 손에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고 쓴 티셔츠를 들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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