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 만의 미투’ 최말자씨 고백 한 달…청원·서명으로 응답한 시민들

[지난달 ‘56년 만의 미투’ 고백 나선 최말자씨]

성폭행 시도 남성에 대한 ‘정당방위’ 재심 신청한 뒤

“후원하고 싶다” 시민들 응원 쏟아져…

재심 소송 비용 모금은 1달 만에 마감

재심 신청 서명 운동도 진행 중

‘56년 만의 미투’ 당사자인 최말자(74)씨가 6일 오후 정당방위 인정을 위한 재심 청구를 하기 위해 부산지방법원(연제구 거제동)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오연서 기자

56년 전의 성폭력 사건을 고발하며 지난달 용기있게 세상에 나선 최말자(74)씨(관련 기사▶ [단독] 성폭력에 저항하다 혀 깨물었다고 유죄…56년 만의 미투)를 향해 성원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은 한 달새 서명운동과 모금운동으로 그에게 연대의 뜻을 밝히고 있다.

“어린 시절 가장 인상 깊게 본 영화가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였습니다. 최말자 선생님한테 후원하거나 응원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지난 5월 한국여성의전화에는 이런 내용의 전자우편이 왔다. 여성의전화는 1964년 성폭행을 시도한 남성의 혀를 깨물어 방어했단 이유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던 최씨의 재심 신청을 지원하고 있다.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는 최씨와 비슷한 사례를 다룬 영화다.

후원의 손길은 이어지고 있다. 이 사건을 <한겨레>가 보도한 뒤 한 독자는 “코로나 사태로 영세 소상공인 지원금 100만원이 나왔는데 재심 비용 부담이 컸을 최말자님께 응원금으로 드리고 싶다”는 전자우편을 보내왔다. 여성의전화에서 진행한 소송 진행비 모금운동에도 1천여명의 시민이 참여해 한 달 만에 300만원이 모였다. 시민들은 모금에 참여하면서 “다른 여성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셔서 감사해요”, “당신은 죄가 없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등 응원의 말을 함께 남겼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 인정을 위한 재심 개시 촉구’ 청원에도 2만 명 남짓 동의했다. 여성의전화는 이와 별도로 2일부터 재심 개시 촉구 서명운동(☞바로가기)을 진행중이다. 여성의전화 쪽은 “(최말자씨 사건의) 판결을 바로 잡는 일은 한 성폭력 피해자의 삶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일 뿐 아니라, 이와 같은 상황에 놓인 다른 여성들의 삶의 정의와 여성폭력을 부당하게 처리해 온 사법기관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명지는 재심 여부를 심의할 부산지방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하세요!
▶네이버 뉴스판 한겨레21 구독▶2005년 이전 <한겨레> 기사 보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