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배구 간판스타 김연경.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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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김연경이 들어오면 선수 몇 명은 나가야 할 걸요”
프로배구 한 관계자의 말이다. 최근 국내 무대 복귀를 검토하는 ‘배구여제’ 김연경(32)의 현실적인 고민이다.
김여일 흥국생명 단장은 지난 3일 김연경과 첫 만남을 가졌다. 구단도, 김연경도 모두 국내 복귀를 바라고 있지만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김 단장은 “서로 구체적인 얘기는 하지 않았지만 김연경 측에서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며 “그래서 우리도 6월말까지 선수단 구성을 마쳐야 하니 빨리 결정해서 얘기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면서 “김연경을 영입한 뒤에도 해결할 문제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김연경이 오는 것이 무조건 반가운 것만은 아니라는 뉘앙스가 섞여있다.
박미희 감독의 반응이 미지근하다. “김연경 본인이 여러가지로 생각할 것이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구단이나 본인 모두 두루 살펴보고 배구 발전을 위해 좋은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샐러리캡, 즉 돈 문제다. 흥국생명은 이미 ‘쌍둥이 자매’ 이재영(연봉 4억원, 옵션 2억원), 이다영(연봉 3억원, 옵션 1억원)과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으면서 10억원을 썼다.
흥국생명이 김연경과 계약할 경우 최대 줄 수 있는 연봉 총액은 6억5000만원이다. 거의 2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연경의 국제적인 몸값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김연경이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 연봉 6억5000만원을 받아들여도 여전히 고민이 남는다. 김연경과 이같이 계약하면 흥국생명의 샐러리캡은 6억5000만원 밖에 남지 않는다. 이 금액으로 10여명의 선수와 계약을 마쳐야 한다.
이 가운데는 김세영, 김미연 등 핵심 주전들도 포함돼있다. 김세영과 김미연은 지난 2018년 연봉 1억5000만원에 FA 계약을 맺었다. 두 선수의 연봉을 빼면 남은 샐러리캡 3억5000만원. 이 금액으로 남은 10명 안팎의 선수와 계약해야 한다는 의미다.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 지명 선수 연봉이 3000만원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불가능한 미션이다.
구단으로선 선수를 상당수 정리해야만 샐러리캡을 간신히 맞출 수 있다. 흥국생명도 흥국생명이지만 무엇보다 김연경에게 부담스럽다. 자칫 자신 때문에 다른 선수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흥국생명이 김연경과 계약을 맺고 샐러리캡에 여유가 있는 다른 구단으로 트레이드를 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는 흥국생명이 받아들일리 없다. 선수에 대한 보유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건 김연경의 잘못도, 구단의 잘못도 아니다. 굳이 문제를 삼자면 선수의 몸값 인상을 인위적으로 막는 샐러리캡 제도의 폐혜다. 어쨌든 현재 규정은 그렇고 상황은 만만치 않다.
김연경은 최근 자신의 SNS에 ‘모든 일에는 자기가 이겨낼 수 있는 만큼의 일들만 일어난다고 한다’고 글을 올리며 복잡한 심경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과연 흥국생명과 김연경이 어떤 ‘솔로몬의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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