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A씨가 KBS 본사 건물 여자화장실에 불법 설치해 이틀간 촬영한 몰카 영상에는 A씨 자신의 모습도 등장한다. A씨는 몰카가 제대로 작동되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자신의 얼굴을 비춰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달 중순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보조배터리 모양의 몰카를 구입하고, 이를 KBS 본사 건물 여자화장실 칸에 설치된 선반에 이틀간 올려뒀다.
몰카 설치 이틀째인 지난달 29일 밤 한 KBS 소속 PD가 이 몰카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이 몰카에 저장된 영상에서 A씨의 모습을 확인, 신원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A씨가 1일 새벽 경찰에 자수했다.
여자화장실에 몰카를 설치했다가 자수한 KBS 공채 출신 개그맨 A씨의 과거 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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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몰카를 설치한 곳은 개그 프로그램 개그콘서트 연습실 등이 입주해 있다. 신고가 접수된 날은 곧 장기 휴방(休放)에 들어갈 개그콘서트 출연진이 휴방을 앞두고 마지막 연습을 위해 모인 날이었다.
당초 KBS는 1일 ‘몰카 용의자가 KBS직원’이라는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직원이 아니다.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여성계와 친여(親與) 진영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한국여성민우회는 2일 홈페이지에 ‘KBS, 강력한 손절 의지, 부끄럽기나 합니까?’라는 제목의 입장을 내고 “KBS의 직원이 아니라고 입장을 표명하면 KBS 화장실에 설치된 불법카메라가 없는 것이 되느냐”며 “KBS와 직접적인 고용관계가 아니더라도 사업장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사업주는 문제 해결을 위한 책임감을 갖고 역할을 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했다.
이후 KBS는 3일 ‘불법 촬영기기 사건, 재발 방지와 피해 예방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KBS는 연구동 건물에서 불법 촬영기기가 발견된 것을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재발 방지와 피해 예방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허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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