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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정치계 막말과 단식

‘삶은 소대가리’ 막말한 北, 간부들엔 “언어예절 지키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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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지난 3월 청와대에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 막말

조선일보

김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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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간부의 요건으로 ‘언어예절’을 강조하며 ‘언성을 높여서는 종업원이 반성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보도물을 내놓았다. 일각에선 ‘막말’로 악명 높은 북한이 ‘언어예절’을 언급했다는 것 자체가 의외라는 반응이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3월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 회의에서 북한의 발사포 발사에 우려를 표명한데 대해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며 막말을 했다. "세살 난 아이들" "겁을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 "내뱉는 한마디한마디, 하는 짓거리 하나하나가 다 구체적이고 완벽하게 바보스럽다" 같은 원색적인 비난도 쏟아냈다. 올해 서른 둘인 김여정의 이 같은 강경한 언어 사용으로 인해 청와대는 당시 크게 놀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일 '옳은 사업작풍 그 자체가 힘 있는 교양' 제목의 기사에서 간부의 요건을 들며 "친어머니와도 같이 따뜻하게 대하는 인민적 작풍을 지닌 사람만이 대중의 정신력을 최대로 발동해 (인민을) 혁명과업 수행으로 떠밀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정방산 종합 식료공장의 사례를 들며 간부의 언어예절이 중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간부가 종업원에게 언성을 높이자 종업원이 반성하지 않았는데, 언어예절을 중시한 작업반장의 타이름에는 잘못을 뉘우쳤다는 것이다. 신문은 "대중을 교양하고 혁명과업 수행으로 추동해나가는 일군(간부)이 옳은 사업작풍(사람을 대하는 태도)을 지닐 때 교양의 실효가 크다"고 지적했다.

노동신문은 다른 기사에서도 "당 사상사업이 도식과 경직에서 탈피해 친인민적, 친현실적으로 전환돼야 인민의 심장을 틀어잡을 수 있으며 정면돌파전으로 인민을 산악같이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북한이 간부의 말투까지 단속하고 나선 것은 고위층의 무소불위 행태로 인한 주민 불만을 잠재워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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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뉴시스, TV조선 등 영상자료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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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최근 들어 꾸준히 간부 기강 잡기에 나서고 있다. 2018년말부터 '부패와 전쟁'을 시작한 북한은 올해 초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도 노동당 간부의 부정부패 척결에 방점을 찍으며 리만건 당 조직지도부장과 박태덕 농업부장을 해임했다. 지난 4월에도 노동신문을 통해 간부의 '갑질'에 경고장을 날리며 아랫사람에 예의를 지킬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한 탈북자는 “북한도 유교 문화의 영향을 받아 언어예절을 아주 중히 여긴다”면서 “그런데도 최근 김여정 등 북한 인사들이 청와대에 험한 말을 하는 것은 그만큼 한국을 업신여긴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또다른 대북 전문가는 “북한이 막말을 하는 건 청와대를 길들이기 위한 술책”이라면서 “자칫 이대로 방치하다간 북한과 남한 관계자 수직 관계로 비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은 지난해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대해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仰天大笑·어이없어 하늘 보고 크게 웃음)할 노릇”이라며 모욕적인 표현을 썼다.

[노석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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