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4년 전 비슷한 사건
파리서 2만명 거리 시위 가열
호주선 원주민 인권 외치고
영·시리아 등도 “차별 반대”
“인종차별 반대” 파리·시드니서도 한목소리 프랑스 파리에서 2일(현지시간) 미국의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열린 인종차별 항의 시위에 참가한 한 여성이 ‘트럼프 물러가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있다(왼쪽 사진). 이날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인종차별 항의 시위에서 시위대와 기마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파리·시드니 | AP·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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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백인 경찰관 데릭 쇼빈의 가혹행위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숨진 사건을 계기로 세계 곳곳에서 인종차별, 소수자 차별 및 인권탄압에 항의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전역에서 벌어진 시위에 연대의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으며, 각국에서 차별과 탄압, 이를 방치·조장한 기득권, 시민들에게 폭력을 가한 공권력에 대한 ‘분노’가 터져나오는 모양새다. 세계 곳곳 ‘시위대’의 연대는 폭넓고 구체적이다.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약 2만명의 시민이 ‘코로나19 대중집회 금지령’을 어기고 거리로 쏟아져나왔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시민들은 미국의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과 4년 전 프랑스 흑인 아다마 트라오레의 죽음에 관해 ‘정의’가 실현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6년 7월 당시 24세이던 트라오레는 파리 근교에서 경찰에 체포된 뒤 숨졌다. 구급차가 도착했을 때 트라오레의 손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었고, 유족은 경찰의 가혹행위로 트라오레가 숨졌다고 주장해왔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며 지난달 29일 유족 측이 법원에 제출한 트라오레의 사인과 관련한 의학 보고서가 거부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위가 가열됐다.
트라오레의 동생인 아사 트라오레는 이날 집회에서 “우리는 트라오레, 플로이드, 그리고 모두를 위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시위대는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 “숨을 쉴 수 없다”고 외치며 행진 도중 무릎을 꿇고 주먹을 들어올렸다. 마르세유, 릴 등 대도시에서도 비슷한 집회가 이어졌고, 일부 시위대가 집기에 불을 지르자 경찰이 최루탄과 고무탄을 쏘며 진압에 나서기도 했다.
호주 시드니에서도 이날 3000여명의 시민들이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벌였다. 호주에선 원주민에 대한 경찰의 가혹행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15년 시드니의 한 교도소에서 교도관 5명의 강압적 제압 과정에서 원주민 데이비드 던게이(당시 26세)가 숨졌다. 그는 숨지기 전 “숨을 쉴 수 없다”고 12번이나 말했다. 최근 호주 소셜미디어에선 ‘원주민 생명도 중요하다’(#aboriginallivesmatter)는 해시태그가 퍼졌다. 원주민 출신인 시드니의 한 시민은 AP통신에 “미국에서 벌어진 일이 이곳의 상황을 더 밝게 비추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에선 지난 1일 수천명의 시민이 “숨을 쉴 수 없다” “정의가 없으면 평화도 없다”고 외치면서 트래펄가 광장에서 그렌펠타워 참사 현장까지 행진했다. 2017년 6월 노후한 공공임대아파트인 그렌펠타워에 큰불이 나 72명이 숨졌는데, 희생자 중 40여명은 아프리카계 무슬림이었다. 영국 내 인종차별 문제를 드러냈던 과거의 상징적인 사건이 조지 플로이드 사망을 계기로 재조명된 것이다.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에선 지난 1일 두 명의 예술가가 폐허가 된 건물에 “숨을 쉴 수 없다” “인종차별 반대”라는 문장이 들어간 벽화를 그렸다. 레바논의 반정부 시위 그룹은 ‘베이루트에서 미니애폴리스까지: 연대 시위 가이드라인’을 최근 펴냈다.
칠레 활동가인 다나에 프라데나스는 지난 1일 미국의 시위대를 향해 “경찰의 고무탄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지난해 반정부 시위 당시 경찰의 고무탄 등에 맞아 수백명이 눈을 다쳐 상당수가 시력을 잃었다. 칠레 소셜미디어에선 “나는 볼 수 없다”는 구호가 공유되고 있다. 칠레의 좌파 의원인 가브리엘 보릭은 지난달 31일 트위터에 칠레의 이민자·원주민 차별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모두 조지 플로이드이다”라고 썼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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