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국제유가 아닌 '정제마진'의 회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국제유가가 다시 반등하며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 정유사들은 여전히 경영난을 겪고 있어 우려가 제기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던 국제유가는 최근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은 지난 1일 기준 국제유가가 각각 배럴당 ▲두바이유 37.97달러 ▲브렌트유 38.32달러 ▲WTI(서부텍사스산원유) 35.44달러에 거래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약 90% 가까이 오르며 한 달 기준 역대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월간 기준으로 1990년 9월 기록했던 44.6%의 기존 기록을 깬 것이다. 앞서 국제유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러시아와 사우디 간 감산 합의 실패 등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진 바 있다.
이 같은 국제유가의 반등에 국내 휘발윳값도 18주만에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넷째 주 전국 주유소 주간 단위 휘발유 판매 가격은 전주 대비 9.8원 오른 L당 1258.6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1월 말부터 이어져 온 하락세가 4개월여 만에 전환점을 맞은 것이다. 일간 단위 휘발윳값은 지난달 16일을 기점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국제유가는 2~3주 간격을 두고 국내 주유소 기름값에 반영되는 만큼, 국내 제품가격은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국내 정유사들은 휘발유 등 석유제품의 판매가격 상승에도 경영난이 호전되고 있지 않은 상태다. 석유제품의 판매가가 오른다고 해도, 정유사가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기름값의 상승은 국제유가, 즉 원유 가격이 오른 데 따른 것으로 정유사의 수익성과는 상관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급가는 유가에 연동해서 정해진다. 그래서 제품의 판매가가 오른다고 해도 정유사가 더 마진을 붙이는 것은 아니다"며 "결국 휘발유 등 판매가와 정유사의 마진은 큰 연관이 없다. 또한 내수 시장에서 수익이 잘 나지 않은지 오래됐기 때문에 판매가는 크게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정유사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정제마진은 지속해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11주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내, 정유사들은 적자 폭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주간 기준 정제마진은 ▲5월 1주 -3.3달러 ▲5월 2주 -1.6달러 ▲5월 3주 -0.4달러 ▲5월 4주 -1.3달러를 기록했다. 정제마진의 손익분기점은 정유사마다 상이하나, 통상 4~5달러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는 어차피 오르다가도 내려가고 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유가 변동으로 인한 실적은 제로섬이다. 사실 정제마진의 회복이 더 중요한데 아직 회복세라고 보기는 힘들다. 중요한 건 정제마진이 좋아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다만 단기적으로 봤을 때는 유가 흐름이 좋다. 그렇기 때문에 1분기 적자의 70%가 유가 하락에 의한 것이었다면, 2분기에는 그 기저효과로 흑자전환도 노려볼 수 있을 것 같다. 수요도 더 회복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올 2, 3분기 정유사들의 성적표는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지난 1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수급 불균형을 겪으면서,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분기 대비 기저효과로 인해 2, 3분기 실적이 바닥을 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지난 1분기 국내 정유사들의 영업이익은 ▲에쓰오일 -1조73억원 ▲SK이노베이션 -1조7752억원 ▲GS칼텍스 -1조318억원 ▲현대오일뱅크 -5632억원 등으로 주요 4사 도합 4조가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국제유가는 계속 양호한 흐름이 유지될 것으로 보이긴 하다. 정제마진 측면에서도 최근 실질적으로 나쁘지 않게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2, 3분기 실적이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며 "유난히 1분기 실적 자체가 지난 3월 유가급락 때문에 재고평가손실이 많이 나면서 안 좋았다. 그래서 2, 3분기 실적이 올라 올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도 하다. 2분기는 최근 OSP가 하락해 일정 부분 실적 방어가 될 것 같고, 3분기부터 업황 개선도 나타날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