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 중단 상황에 이벤트 대회 열려, 시즌 개막전은 7월 초 예정
'KPGA 스킨스게임 2020' 마스크 2,500장 기부 |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집에서 여기(대회장) 오는 것 자체가 설레더라고요."
국내 남자 골프 선수들이 6월에야, 그것도 이벤트 형식으로 열린 2020시즌 첫 대회를 마친 소감을 전했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올해 대회를 하나도 열지 못하고 있다.
한국오픈, SK텔레콤오픈 등 큰 대회가 취소되고, 매경오픈도 하반기로 연기됐다.
지난달에는 양용은(48) 등이 주축이 돼 KPGA 선수 24명이 모여 예스킨 골프다이제스트 미니 투어 1차 대회가 열렸고, 앞으로 5차 대회까지 진행할 예정이기도 하다.
대회가 열리지 않는 가운데 선수들이 직접 마련한 자구책 성격의 미니 투어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1일 경기도 용인 플라자CC에서는 KPGA 스킨스 게임 2020이 열렸다.
이 스킨스 게임은 올해 대회가 없는 가운데 KPGA가 문경준(38)과 박상현(37), 이수민(27), 함정우(26)를 초청해 '2대2 맞대결' 형식으로 진행했다.
공식 투어 대회는 아니지만 KPGA가 주최하고 하나금융그룹과 제네시스가 후원, 코로나19로 힘든 상황 속에서 골프 팬들에게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상금을 기부하자는 취지로 열렸다.
경기 시작 전 인터뷰에서 "마이너스 통장을 쓰는 선수들이 많다"거나 "직장 잃은 분들의 심경을 알 것 같다"는 등의 발언이 나오며 최근 KPGA 코리안투어 선수들의 힘든 분위기가 전해지기도 했다.
주먹 불끈 쥐는 문경준 |
경기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는 선수들이 모처럼 대회에 나와 기쁜 마음과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온 투어 개막에 대한 기대감을 주로 말했다.
마지막 18번 홀에서 끝내기 버디 퍼트에 성공해 팀을 승리로 이끈 문경준은 "오랜만에 대회고, 전 홀이 생중계된다고 해서 부담스러웠다"며 "잘 끝난 것 같아 기분이 좋고 즐거운 하루였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날 팀은 비록 졌지만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박상현은 "집에서 여기 오는 것 자체가 설레었다"며 "그냥 일한다는 느낌이 너무 뿌듯했다"고 말했다.
TV 중계에서는 선수들이 착용한 마이크를 통해 서로 주고받는 대화가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전달되기도 했다.
9번 홀에서 함정우의 티샷이 왼쪽으로 치우치다가 나무를 맞고 페어웨이 쪽으로 떨어지자 같은 편인 박상현이 "조금 창피하다, 야"라고 놀렸고, 함정우는 경기를 마친 뒤 "중반까지는 3 대 1로 싸우는 것 같았는데 그래도 16번 홀을 이기면서 이제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이 들었다"고 유쾌하게 맞받았다.
'KPGA 스킨스게임 2020' 기자회견하는 함정우-박상현 |
7월 2일 개막하는 시즌 첫 대회 부산경남오픈을 앞두고 선수들은 남은 한 달을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수민은 "그동안 체력 훈련에 많은 시간을 쏟았는데 앞으로는 경기 감각을 더 끌어올리겠다"고 말했고 함정우는 "아이언샷을 좀 더 보완하면 투어 대회에서도 경쟁력 있는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맏형 문경준은 "오늘 경기하면서 후배 선수들의 멋진 샷에 놀랄 정도였다"며 "대회가 하나라도 더 많아지면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대회 수도 늘어나기를 기원했다.
하반기 대회를 다 치러도 11개 대회에 불과해 작년의 15개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상현은 "팬 여러분께서 응원해주시면서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드리고 오늘 졌지만 기회가 되면 가을에 다시 한번 이런 대회를 해보고 싶다"고 의욕을 내보였다.
문경준은 "저희도 이런 기회가 많이 생긴다면 열심히 참가해서 여자 투어 선수들처럼 팬 여러분께 사랑받고 그렇게 되면 좋겠다"고 남자 투어의 중흥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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