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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 읽기 시작한 그림책 때문에 어느 날 세상 모든 책이 재미있어졌다더라는 이야기가 나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무루라는 필명을 쓰는 박서영 작가는 자신을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읽기 안내자'로 소개한다. 무루의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어크로스 펴냄)는 어른이(어른+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을 골라준다. 그런가 하면 황유진 작가의 '어른의 그림책'(메멘토 펴냄)은 어른들과 그림책 읽는 모임을 이끄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림책에 푹 빠진 어른 작가들의 에세이가 연이어 출간되고 있다. 두 저자는 외로움을 이겨내기에 그림책은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증언한다.
무루는 한 권의 그림책을 읽는 일을 "한 번도 열어보지 못한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에 비유하며 30여 권의 그림책을 추천한다. 모험을 꿈꾸는 어른에게는 마티아스 더 세이우의 '멋진, 기막히게 멋진 여행'을 추천하고, 우정에 관한 이야기를 만나고 싶은 이에게는 레오 리오니의 '파랑이와 노랑이', 존 버닝햄의 '알도' 등을 추천한다. 판타지가 필요한 어른에게는 이우연의 '빌린 책을 돌려주러 갑니다'와 숀 탠의 '빨간 나우'와 '도착'이 딱이다.
심지어 "노년의 삶의 대해 사실 약간의 기대를 품고 있다"고 말한다. 샬롯 졸로토의 '우리동네 할머니', 바버라 쿠니의 '엠마'에 등장하는 할머니들은 모두 혼자 잘 살아간다. 멋진 할머니들에 대한 그림책에서 큰 위안과 희망을 봤다고 고백한다.
"나는 어른들과 함께 읽는 그림책이 '마음을 미리 돌보는 온도계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그림책이 나를 치유할 순 없지만 미묘한 온도 변화를 감지하여 내 상태를 일러주기 때문이다."
황유진 작가는 '그림책 37도'라는 그림책 읽는 모임을 이끌고 있다. 책 함께 읽기 모임에 참석하는 사람은 3, 40대 엄마들 비중이 높지만 직장인, 워킹맘, 중년 남성, 여성 노인, 교사 등 다양한 성인들이 참여한다. 작가는 10년간 IT기업에 다니며 책과 멀어졌지만 우연히 그림책을 접하고 다시 책과 가까워졌다. 모임에 참여한 이들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
어떤 그림책은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크게 공감하곤 했다. 나이 든 엄마의 숨겨진 욕망을 그린 유지연의 '엄마의 초상화', 백발 엄마를 안고 눈물 흘리는 중년 여성을 그린 한성옥의 '다정해서 다정한 다정씨' 등이 그랬다. 다양한 문학작품이 등장하는 올리버 제퍼스의 '책의 아이'나 존 패트릭 루이스의 '마지막 휴양지'는 어른이 더 책을 풍부하게 읽을 수 있었다.
심지어 누군가 낭독해주는 경험을 통해서는 글과 그림이 주고 받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고 '낭독 예찬'을 하기도 한다. "때로는 그림 한 장에 기대어도 충분한 위로를 받는다. 이는 성인 책에 가득한 문자 언어로는 하기 힘든 경험이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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