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부문 자성 필요하다" 왜 역공 나섰나]
이해찬 "정의연 30년 활동이 우파들의 악용 대상 돼선 안돼"
윤미향 사태를 좌우 싸움으로 몰고가며 진보 정당성 지키기
좌파진영 동료의식과 反日전선 흔들릴 수 있단 우려도 작용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제21대 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 워크숍'에 참석해 넥타이를 풀고 있다. /이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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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양재동의 한 호텔에서 21대 국회의원 당선자 워크숍을 열기에 앞서 최고위원 회의를 주재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작심한 듯 윤 당선자 문제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지난 7일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1차 기자회견을 열어 윤 당선자 비리 의혹을 폭로한 후 첫 관련 공개 발언이었다. 민주당은 윤 당선자 논란이 불거진 후 "검찰 등의 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공개 발언을 자제해 왔다. 그러나 이날은 이 대표가 직접 나서서 "정의연의 30여 년 활동이 정쟁 대상이 되고 악의적으로 폄훼되거나 우파들의 악용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 전체를 향해 '윤미향 지키기' 대오에서 이탈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의 한 측근은 "이 대표는 이번 사태를 정의연 운동 전체의 정당성이 걸린 문제로 보고 있다"며 "그런 만큼 윤 당선자 의혹의 사실 여부가 최종 확인된 다음에 당이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한 여권 인사는 "이 대표는 김대중 정부 시절 교육부 장관을 할 때 당시 정부의 위안부 피해 보상안에 이견을 제기할 정도로 정의연 운동의 정통성을 중시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윤 당선자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친여 성향 시민단체에서도 윤 당선자의 소명과 그에 따른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이 대표 측에선 "윤 당선자 개인 비리 의혹이 사실로 판명될 경우에도 그냥 넘어가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날 윤 당선자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측을 향해 "모든 부문의 자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검찰 수사로까지 번진 윤 당선자 사태가 그의 개인 비리를 넘어 정의연 활동 전반의 부조리가 드러나는 쪽으로 흘러갈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이 대표가 미리 맞불을 놓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할머니의 1차 기자회견 이후 안성 쉼터 논란, 윤 당선자 남편과 관련한 논란이 추가로 불거지면서 우파 진영이 이번 사태를 진보 운동 세력 전반의 정통성을 훼손하는 기회로 삼으려 한다는 의구심이 당 지도부에 퍼졌다"고 했다.
여권 핵심부와 친분이 두터운 김어준씨가 이날 라디오에서 "(이 할머니의 지난 25일 2차) 회견문을 7~8명이 협업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왜곡된 정보를 준 누군가가 관여한 게 아닌가"라고 하는 등 연일 '배후설' '음모설'을 제기하는 것도 이런 흐름과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 본인도 지난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노무현재단과 민주당을 향한 '검은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고 했다.
윤 당선자에 대한 진보·좌파 진영 내 동료 의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상호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언젠가 이게(윤 당선자 문제) 내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라며 "같은 당의 동지인데 부담이 안 될 수 없다"고 했다.
또 여권과 정치적 연대감을 유지해온 정의연 활동의 정당성이 훼손될 경우 현 정권의 '반일(反日) 전선'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최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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