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향해 “이게 여성에게 보내는 메시지인가” 일갈
탁 위원이 과거 출간한 여러 권의 책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을 쓴 점을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7년 탁 위원이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됐을 때부터 그를 해임해야 한다는 여성계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으나 문 대통령은 차갑게 외면한 바 있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 내정자(뒷줄 오른쪽)가 2017년 7월 청와대에서 열린 한 행사를 진행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
녹색당은 27일 보도자료에서 탁 위원을 두고 “첫 임명 때부터 성차별적이고 여성 비하적인 내용의 서적을 여러 권 출간한 이력으로 논란이 컸다”며 “여성들의 공분과 반대가 있었고 시민사회계가 비판했으며 여성가족부 장관까지 사임을 건의했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과거일 뿐 현재는 다르다고 하기엔 논란 이후 발언과 거취를 보면 크게 변화한 것 같지 않다”며 “진정한 사과는 없었고 오히려 관련 보도를 한 ‘여성신문’에 손해배상소송까지 제기했다”고 비판했다.
“그의 발언과 글들은, 여성을 도구화하고 모욕하며 성적대상으로 보는 삐뚤어지고 추한 성인식을 보여준다”고 규정한 녹색당은 “그것을 특별할 것 없이 예사롭고 남자라면 당연한 생각으로 표현한다는 데 더 큰 해악이 있다”면서 “여성들이 그토록 고통받고 절박하게 투쟁하는 ‘일상화된 성착취’의 단면”이라고 꼬집었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으로 가뜩이나 여성을 상대로 한 디지털성범죄가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이때 하필 탁 위원 같은 인물을 청와대 요직에 기용키로 한 결정이 한심하다는 뜻이다.
녹색당은 “인사검증에 여성비하와 성차별은 왜 중요한 잣대가 되지 않는가”라고 물은 뒤 “청와대 인사는 특히나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보여주는 자리인데도, 여성을 모욕한 인사를 왜 기어코 재기용까지 하는 것인가. 여성혐오의 이력이 있어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청와대 비서관까지 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선례가 남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고 개탄했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 내정자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던 2018년 6월 법원에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뉴스1 |
문 대통령이 탁 위원을 아끼는 것은 지난 2018년 남북정상회담 및 관련 문화예술 행사 관련 기획에서 보여준 그의 능력이 탁월하다고 여기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적어도 청와대 비서관 정도의 고위 공직자라면 ‘능력’ 못지않게 ‘성인지 감수성’이 중요하다는 게 녹색당의 입장이다.
녹색당은 문 대통령의 탁 위원 집착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시대 흐름을 예민하고 읽어내는 유능한 공연기획자들이 무수히 많다”며 “특히 여성 예술가 중에 세련된 감각의 빼어난 기획자들이 상당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탁현민을 천하제일의 인재로 아는 듯한 청와대의 낡은 심미안도 참으로 안타깝다”고 탄식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