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코로나환자 시신으로 햄버거 만들어" 등 황당뉴스 유포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애플리케이션 |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중국의 대표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위챗(微信·웨이신)이 도를 넘은 반미 가짜뉴스와 음모론을 제작·유포한 계정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위챗 측은 지난 24일 구독자가 수백만 명에 이르던 계정 즈다오쉐궁(至道學宮) 및 이와 관련한 계정 7개를 삭제했다.
이 계정에는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이미 100만명을 넘기고, 시신은 햄버거 등을 만드는 데 쓰였을 수 있다"면서 "미국에는 식인 풍습이 있었고, 수십 년 전만 해도 흑인·인디언·중국인을 잡아먹었다"는 등 허황한 이야기가 올라왔다.
하지만 해당 게시물만 해도 최소 10만명이 봤고 753명이 후원금을 냈다는 게 SCMP 설명이다.
또 SNS 트래픽 측정업체 시과(西瓜)에 따르면 지난달 이 계정에 올라온 게시물 17개의 조회수가 170만회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는 것이다.
이 계정에는 또 "왜 영어를 배우면 멍청해지는가" 등의 글도 올라왔는데, 위챗 측은 "사실 날조, 여론 호도, 외국인 혐오 조장 등을 이유로 계정을 폐쇄했다"고 밝혔다.
계정 운영업체 측은 SCMP 인터뷰에서 "게시물은 직원 1명이 만들었으며, 회사의 입장을 대표하는 게 아니다"라고 한 발 뺐다.
최근 코로나19 및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등을 둘러싸고 미중 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 중국 내 민족주의자나 기회주의적 사업자들이 SNS를 이용해 거짓 소문과 반미 뉴스를 퍼뜨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는 게 SCMP 설명이다.
또 중국 당국이 지난 22일 인터넷상의 불법·가짜 정보 근절 캠페인에 들어간 가운데 이번 조치가 취해졌으며, 당국이 자국 내에서의 과도한 반미 감정 조성을 원치 않는다는 해석도 나온다는 것이다.
위챗 측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사실이 아닌 내용을 올린 계정 2천500개, 가짜뉴스와 관련된 계정 2만개를 폐쇄했다"고 말했다. 위챗에만 약 3천만개의 계정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지난 3월 중국 푸젠성에서는 쉐위민이라는 사람이 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 수백건을 여러 위챗 계정에 올렸고, 위챗 측이 '과장 및 여론 호도'를 이유로 관련 계정 50여개를 폐쇄하기도 했다.
중국 싱크탱크인 중국·지구화센터(CCG) 빅터 가오는 "온라인상에서 반미감정이 나타나는 것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적대적 태도 증가를 고려할 때 자연스럽다"면서도 "정부 입장에서는 극단주의적 표현을 단속하는 게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베이징(北京) 외국어대학 잔장(展江) 교수는 "중국의 공공 담론은 너무 왜곡돼있어 정부 입장에 따르는 게시물만 빠르게 퍼질 수 있다"면서 "당국은 민족주의적 의견이나 최근의 반미 레토릭을 선호한다. 즈다오쉐궁이 폐쇄된 것은 사실을 날조하면서 도를 넘었기 때문"이라고 봤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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